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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43년 호랑이 이야기

by 푸른들2 2010. 1. 9.


4343년 호랑이 이야기



 

“백두산 등허리 오르막/

늙은 호랑이 등허리/

그 등허리 자욱이 파란 풀 돋아나/

어느 잎보다/

어느 꽃보다/

그 등허리 가득 채워 융단인 듯/

그 누가 여기 밟고 걸어갈 노릇인가./

천겁 바람에 씻기고 씻겨/

그 날카로운 화산 용암 칼서슬/

닳고 닳아/한 마당/

커다란 왕호랑이 등허리/

거기 어느덧 불그무레 단풍 든 가을이다/

아 이 오래고 오랜 백두산 등허리/

여기/

몇천 년/

몇백 년의 역사가 모두 그 새끼들이었다.”

(<호랑이 등>, 고은)

 

시인 고은은 우리 민족의 긴 역사를 보여주는 동물로 호랑이를 꼽아 시로 옮겼다.

 

이처럼 호랑이는 한국인에게 우리 역사를 담고 있는 상징적인 동물로 여겨졌다. 단군신화부터 1988년 서울 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까지, 호랑이는 한국과 한국인을 상징하는 영물이었다. 대부분 산으로 이뤄진 한반도에는 호랑이가 많이 서식해 ‘호랑이의 나라’로 일컬어지기도 했다. 우리 민속신앙과 설화, 문학 작품 등에 등장하는 호랑이는 인간과 가까운 친구로 그려질 만큼 친근한 존재였다.

2010년은 60년 만에 오는 경인년(庚寅年) 백호랑이해. 올해 태어나는 호랑이띠들은 2007년 황금돼지 해에 태어나는 아이들 못지않게 많은 복을 받고 태어나는 백호랑이띠여서 출산율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십이지신 중의 하나인 호랑이(寅)는 방향으로 동북동, 시간적으로는 오전 3시에서 5시, 달로는 음력 1월을 지키는 방위신이자 시간신이다. 용·주작·현무와 함께 사신(四神)으로, 서쪽 지킴이 역할을 했다.

호랑이는 내 친구 - 이야기 속의 정다운 호랑이

호랑이는 민담과 문학 작품 등에서 사람의 친구로 그려진다. 모두 의인화되거나 인간으로 변신하는 등 사람의 친구이다. 민담 속 호랑이는 선행과 악행을 하는 양면적 존재로 그려진다. 선행의 존재는 호랑이가 함정에 빠졌거나 어려움을 당했을 때 도와주었더니 보은을 하는 경우이고, 악행의 존재는 약한 동물에게 이용당하는 바보스러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호랑이는 개국신화에도 자주 등장한다. <삼국유사>에서 호랑이는 후백제를 세운 견훤에게 젖을 먹인 영웅의 보호자이자 양육자, 국조창업의 조력자로 부각된다. <고려사>에서는 고려 태조 5대조인 호경(虎景)이 호랑이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는 장면이 나온다. 호랑이는 이처럼 초인간적인 동물이다. 그에게 도움을 받은 인간은 ‘반신’으로서의 지위를 획득하며 신성성을 갖게 되는 셈이다.

태몽에 호랑이가 나타나면 길조라는 해석도 그 연장선이다.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장은 “꿈에 ‘호랑이에게 물렸다’ ‘호랑이를 잡아 죽였다’ 등 직접적인 접촉을 하면 길몽 중의 길몽”이라며 “호랑이는 명예, 권세, 승리 등을 상징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호랑이는 예술작품에도 많이 등장한다. 호랑이 석조조각은 세계문화유산인 조선왕릉에 설치될 만큼 수호의 의미가 강했다. 민화에 나타난 호랑이는 ‘담배 피우는 호랑이’ ‘까치 호랑이’ 등 친숙하고 해학적인 이미지로 묘사되었다.

호랑이, 너는 내 운명 - 신격화된 호랑이

호랑이는 신성시된 동물이다. 최인학 인하대 명예교수는 책 <십이지신 호랑이>에서 “좋으면서 싫고, 무서우면서 우러러 보는 두가지 다른 감정이 동시에 한 대상에 향할 때 이것을 양가감정이라 한다”며 “이러한 감정을 동시에 향유했기 때문에 호랑이에 대한 두려움은 신성으로 발전할 수가 있었다”고 말한다.

호랑이는 산신으로 여겨지며 제를 바치는 대상이기도 했다. 조선 후기 백과사전류인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호랑이를 산군(山君)이라 하여 무당이 진산(鎭山)에서 도당제를 올렸다’고 기록하고 있다. 은산별신제의 상당에 모신 신격의 중심에는 산신과 호랑이가 함께 있다. 호랑이가 신성시되면서, ‘호환’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신에 의한 운명적 사건으로 여겨졌다. 팔자에 없으면 범에게 잡혀가도 먹히지 않는다던가, 눈썹이 길면 호환을 당할 운명이라는 속설도 있다. 호랑이에게 잡아먹힌 귀신인 ‘창귀’는 죽어서도 호랑이의 부림을 받고 다른 사람을 호환의 대상으로 물색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창귀의 넋을 위로하고 저승으로 천도시키기 위해 ‘범굿’이나 ‘호탈굿’을 벌이기도 했다.

호랑이를 찾아서 - 왜 한반도에서 사라졌을까

우리 민족과 역사의 흥망성쇠를 같이한 호랑이의 멸종 시기는 일제강점기로 전해진다. 조선총독부는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호랑이를 개발에 방해되는 동물로 여겼다. 엔도 기미오 일본 야조회(野鳥會) 명예회장은 저서 <한국 호랑이는 왜 사라졌는가>에서 “일제강점기의 수렵면허를 보면 대다수가 일본인으로, 한일합방 후에도 조선인이 수렵을 허가받은 건수는 일본인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전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마지막으로 호랑이가 포획된 곳은 1922년 경주 대덕산. 하지만 멸종 이후인 지금까지 호랑이는 생태적 특성을 토대로 다양한 이미지로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온다. 호랑이의 용맹스러움은 군부대 마크, 축구협회 엠블렘, 대학교의 상징 등으로 곳곳에서 이용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호랑이의 강인한 기개는 돈과 권력 등을 상징한다. 생태적으로 멸종했지만, 호랑이는 현대에도 우리 민족의 삶과 역사를 말해주는 대표 동물로서 한국인과 함께 숨쉬고 있다.

글. 이고은 기자 / 경향신문

 

 



 

숭배의 대상…

권력의 상징…

민중의 친구…

 

신화-민화 속 호랑이

경인(庚寅)년 호랑이해가 밝았다. 올해는 60년 만에 돌아오는 백호(白虎)의 해다.

호랑이는 예로부터 우리 민족의 친구이자 경외의 대상이었다.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울면 호랑이가 잡아간다’ 등 우리가 흔히 쓰는 말에는 호랑이가 자주 등장한다. 호랑이는 영물로 여겨 신격화하기도 했다. 신화와 민화, 속담을 통해 호랑이의 의미를 정리했다.

호랑이는 단군신화에도 등장한다. 단군신화에서 곰은 동굴 속에서 쑥과 마늘만 먹고 21일 만에 사람이 되지만 호랑이는 고통을 참지 못해 굴 밖으로 뛰쳐나갔다. 김종대 중앙대 민속학과 교수는 “신화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우리의 조상은 곰이지만 신화는 비유와 상징을 담는다”며 “당시 한반도에 곰을 숭배하는 종족과 호랑이를 받드는 종족이 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국지 위지동이전(魏志東夷傳)’에는 제호이위신(祭虎以爲神)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는 ‘호랑이를 신으로 섬긴다’는 뜻으로, 당시 한반도에서 호랑이의 위세가 대단했음을 알 수 있다. ‘고려사’에는 왕건의 6대조인 성골장군 호경이 여산신(女山神)인 호랑이와 부부관계를 맺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호랑이는 권력의 상징이기도 했다. ‘호랑이와 곶감’ ‘꼬리로 물고기 잡는 호랑이’ 등 민담에는 어수룩한 호랑이가 등장하는데, 이는 민중이 권력을 희화화한 것으로 보인다.

민속학자인 최인학 인하대 명예교수는 책 ‘한국 민속문화의 탐구’에서 설화 속의 호랑이를 네 유형으로 분류했다. 첫째는 ‘보은형’으로, 호랑이가 목구멍에 걸린 비녀를 꺼내준 청년을 부자로 만들어준다는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둘째는 ‘호식(虎食)형’으로 호랑이에게 잡아먹히는 인간 이야기, 혹은 먹힐 위기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로 ‘해와 달이 된 오누이’가 있다. 셋째는 ‘우둔형’으로 작은 동물이 호랑이를 골탕 먹이는 것이다. 넷째는 호랑이가 인간으로, 혹은 인간이 호랑이로 변신하는 이야기인 ‘변신형’이다.

민화에서는 호랑이가 주술적 의미로 많이 쓰였다. 작호도(鵲虎圖)에는 까치와 소나무가 호랑이와 함께 등장한다. 길조인 까치와 무병장수를 나타내는 소나무, 여기에 호랑이까지 그려 잡귀를 쫓아내고 집안의 태평을 기원하는 복합적 의미를 담았다.

돌연변이인 백호는 흰 사슴, 흰 꿩처럼 영물이었다. 음양오행설을 표현한 고구려 고분벽화 사신도(四神圖)에서 청룡, 주작, 현무와 함께 등장하는 백호는 서쪽을 수호하고, 봄을 상징하는 신성한 존재였다. 사찰 산신각의 문과 벽, 산신도에도 백호를 그렸다.

호랑이에 얽힌 속담은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 △호랑이 보고 창구멍 막기(위험이 눈앞에 닥쳐서야 서둘러 미봉책을 씀) △호랑이에게 개를 꾸어 준다(한번 그 손에 들어가면 도저히 되찾을 가망이 없는 경우) △범 가는 데 바람 간다(언제나 떨어지지 않고 같이 다님) 등이 있다.


- 보도. 동아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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