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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차갑게 하면 더 맛있는 ‘진짜’ 이유 [헬스컷]

by 푸른들2 2022. 11. 25.

[주방 속 과학]

‘아삭’하고 씹자 입 안에 고이는 상큼한 사과 향, 이로 톡하고 터뜨리자 혀를 감싸는 달콤한 감귤즙. 이 문장을 읽으면서 상상한 사과와 귤의 온도는 어땠나요? 당연히 시원했을 겁니다. 과일은 그 자체도 맛있지만, 뜨끈하기보단 시원하게 먹어야 제맛이지요. 단지 느낌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입니다.

◇과일 속 당, 과당
과일 속 당은 차가울 때 더 달아집니다. 왜 그런지 이해하려면 먼저 당에 대해 알아야 하는데요. 단맛을 내는 당 분자는 크게 세 가지, 과당, 포도당, 갈락토스가 있습니다. 이 중 과일에서 단맛을 내는 건 과당입니다. 포도당도 포함돼 있지만, 과당이 제일 많습니다. 세 당 분자 중 가장 단 것도 과당입니다. 수치로 나타내자면, 포도당은 70, 갈락토스는 35 정도지만, 과당은 무려 170이나 됩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설탕이 100이니, 과당은 설탕보다도 달콤한거죠. 설탕은 과당과 포도당이 결합한 물질입니다.
 


세 분자의 단맛은 아주 사소한 차이로 결정됐습니다. 과당, 포도당, 갈라토스 모두 6개의 탄소(C)와 12개의 수소(H) 그리고 6개의 산소(O)로 구성됐지만, 단지 형태가 조금 다를 뿐이죠.

◇찬 곳에서 과당 분자 형태 바뀌어
과일의 온도가 낮아지면 과당 분자는 더 단맛이 나는 형태로 변합니다. 5번 탄소에 붙은 OH기 위치가 뒤집어집니다. 아래 붙어 있던 알파형에서 위로 붙은 베타형으로 바뀌는 것인데요. 베타형이 알파형보다 더 안정적일 뿐만 아니라, 무려 3배 더 답니다. 실온에 보관한 과일보다 냉장고에 보관한 과일에 알파형보다 베타형 과당이 더 많아지면서 단맛도 강해지는 거죠. 포도당이나 갈락토스도 알파형과 베타형이 있지만, 단맛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그래서 포도당이 많이 들어있는 물엿이나 꿀은 차갑거나 따뜻해도 별반 단 맛의 차이가 없습니다.

◇너무 찬 과일 맛, 혀가 인지 못 해
그럼 과일을 냉동고에 넣어 아주 차갑게 하면 극강의 단맛을 맛볼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과일은 더 달아지겠지만, 우리 혀는 인지할 수 없거든요. 혀 표면에는 맛을 감지하는 기관인 '미뢰'는 너무 차갑거나 뜨거워지면 마비돼 어떤 맛인지 전혀 느낄 수 없습니다. 설사 미뢰에서 맛 분자를 느껴 뇌로 전달했더라도, 뇌도 온도에 따라 맛을 다르게 느낍니다. 갑자기 차가운 음식을 먹으면 단맛보단 시거나 짠맛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예일대 베리 그린 교수팀이 혀 온도를 낮추는 정도에 따라 다른 맛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를 네이처에 발표했었죠. 과일을 가장 맛있게 먹으려면 냉장고에 보관한 뒤, 먹기 전 잠시 실온에 두었다가 먹는 걸 추천합니다. 물론 과일 특성에 맞게 보관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바나나 등 열대과일은 냉장 보관하면 변색하거나 물러져 오히려 맛이 없어지니 주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