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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자료모음

冊。한국의 5대강을 가다 - 발원지에서 하구까지

by 푸른들2 2010. 2. 4.


한국의 5대강을 가다 - 발원지에서 하구까지

 

 

 

“인간의 눈이 아니라

강의 눈으로 강을 보라”

남준기 지음
내일신문/3만원


그다지 유쾌한 상상은 아니지만 4대강 정비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우리는 곧 한강과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지금처럼 자연스런 하천의 모습을 더 이상 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유장하게 흐르던 물길은 줄줄이 늘어선 거대한 콘크리트 보들로 가로 막히고, 육자배기 걸음새로 삼천리금수강산을 휘감아 흐르던 곡선의 물줄기는 모두 멋대가리 없는 직선으로 바뀌고, 두터운 초록색 옷을 입고 있던 아름다운 강둑엔 시커먼 아스팔트 자전거 길이 들어서게 될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영영 정든 우리의 강을 보지 못하게 될 지도 모른다.

 

이 땅의 주요 강들이 그렇게 죽어 간다면 신간 ‘한국의 5대강을 가다’(남준기 저, 내일신문 간)는 한반도 하천의 ‘영정사진’으로 남게 될 것이다. 임종 직전 우리 하천의 구석구석을 가장 생생하게 담고 있는 책으로 남게 될 것이다. 16년 동안 환경전문기자의 외길을 걸어온 남준기 기자가 12년 동안 5대강 답사를 한 방대한 현장기록들 중 엄선된 글과 사진들만 골라 묶어낸 책이다.

 

책은 우리 산하에 대한 저자의 절절한 애정고백이요 연애편지다. 대다수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4대강 정비사업이 강행되는 시점에서 던져진 현장기자의 강 살리기 정책제안이기도 하다. 영정사진 속에 생전 모습이 그대로 담기 듯 책은 낙동강, 섬진강, 영산강, 금강, 남·북한강의 ‘생 얼굴’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200자 원고지 600매 이상의 텍스트를 포함하고 있지만 무려 370여 컷의 사진을 수록한 책은 마치 화보집처럼 보인다.

 

저자는 발원지에서부터 하구까지 5대강의 구석구석에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고 있다. 열목어와 산천어들이 노니는 명경지수 뿐 아니라 시커먼 폐수로 신음하는 ‘거품강’과 ‘갈색강’까지 고스란히 담아낸다. 사진들 가운데는 우리나라의 마지막 주막이었던 낙동강 예천의 삼강주막, 화개나루를 오가던 섬진강 줄 배, 용담호 담수 전의 용담면 처녀바위 모습, 원추리가 예쁘게 핀 동강길의 옛 모습 등 귀중한 사료적 가치를 지닌 사진들도 수두룩하다.

 

환경전문기자라고 해서 환경문제에만 천착하는 것은 아니다. 책은 수질문제나 생태계 문제 뿐 아니라 강과 어우러져 함께 형성된 각 고을의 문화유산 및 문학작품들까지 두루 담아내고 있다. 낙동강 하류의 도동서원에서는 성리학의 건축규범을 자세히 설명하는가 하면 영산강 하구둑을 설명하는 대목에선 시가 등장하기도 한다.

 

“종옥이는 물속 아래로 내려가 아직도/싱싱하고 탐스러운 꼬막을 잡고 있는 것일까/종옥이의 비명처럼 하얗게 죽은 고기들이 떠오르고/그것들을 떠메고 가는 강물에 발을 담근 채/갈대들이 일제히 상복을 입고 서서/만장 깃발 같은 갈꽃을 흔들고 있을 뿐/내가 아는 종옥이처럼/고향의 강도 지금은 죽었다.(161쪽, 임찬일 ‘종옥이의 강’)

 

책은 굽이굽이 강줄기에 얽힌 전설과 역사들을 실타래 풀듯 술술 풀어낸다. 현재와 과거가 씨줄날줄처럼 엮이면서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 딱딱하고 지루하게 흐를 수도 있는 환경 전문서적의 내용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주는 ‘당의정’들이다.

“아득한 옛날 한 남자/큰 암곰에게 몸이 붙들리어/어느 덧 애기까지 얻게 된다/허나 남자는 강을 건너버리고/하늘이 무너져 내린 암곰/자식과 함께 강물에 몸을 던진다.(192쪽)

 

책의 또 다른 미덕은 기자이면서 환경운동가요, 사진작가 수준의 실력까지 갖추고 있는 저자의 특성을 두루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기자로서의 날카로운 문제의식과 관찰력, 환경운동가로서의 전문성, 사진작가 수준의 예술성 등이 책의 구석구석에 매끄럽게 어우러지고 있다.

 

대구 화원나루에서 금호강을 만난 낙동강은 시커멓게 멍이 든 상태로 부산을 향해 힘겨운 발걸음을 재촉한다. 흐려진 강물이 다시 맑아지려면 넓고 깨끗한 백사장이 필요한 데 오염의 늪에 빠져 있는 대구 이남의 낙동강에는 금빛 모래밭을 찾아보기 힘들다. 지자체마다 골재 채취가 한창이고 각종 오염물질들이 모래밭을 딱딱하게 굳은 뻘 밭으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52쪽)

 

책의 완성도를 높이는 부분은 에필로그의 ‘한국의 5대강 이렇게 살립시다’에 들어 있는 대안 제시다.

 

책은 한강의 수질을 개선하고자 한다면 수중보를 철거해서 모래톱을 살리고, 낙동강을 살리려면 오염된 하수를 제대로 처리하는 데서 시작해야 하며, 섬진강을 살리려면 섬진강 수계로 강물을 돌려주는 정책대안을 마련해야 하고, 영산강 살리기는 하수 처리장 확충을 통해 광주 이남의 강 본류를 2급수 수준으로 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무엇보다도 책을 관통하는 핵심은 인간 중심으로 강을 바라보지 말고, 강을 강 자체로 대하라는 것이다. 강물은 스스로 끊임없이 맑아지려는 본성을 지니고 있고, 웬만큼 더러워져도 다시 맑아지고, 또 더럽혀도 흘러내려가면서 다시 맑아진다고도 저자는 말한다.

 

책은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면 재앙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는 엄중한 경고도 함께 곁들이고 있다. - 글. 박상주 북 칼럼니스트

 

저자. 남준기

 

1993년 내일신문에서 환경취재를 시작한 남기자는 97년 동강댐 문제가 불거졌을 때 직접 동굴 안을 조사한 뒤 안정성 문제를 제기하는 기획기사를 써서 동강댐 백지화에 큰 역활을 했습니다. 또 신문기자로 그치지 않고 '한국내셔널 트러스트'운영위원, '우이령보존회'이사 겸 운영위원, '서울그린트러스트'운영위원 같은 환경단체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으며, 환경과 생명에 대한 강연과 토론회에 참여하며 대안과 가능성을 함께 고민하고, '우이령포럼'의 포럼위원으로 참여하여 환경문제를 꾸준히 공론화하여 정책에 반영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2008년 교보문화재단 '환경언론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남들은 저를 보고 쓸쓸하다 합니다
해거름이 깔리는 저녁
미루나무숲을 따라갔기 때문입니다

남들은 저를 보고 병들었다 합니다
매연에 찌들려 저의 얼굴이
검게 탔기 때문입니다

저는 쓸쓸한 적도 병든 적도 없습니다
서둘러 그들의 도시를
지나왔을 뿐입니다

제게로 오는 것들을 막지 않으며
제게서 가는 것들을 막지 않으며
그들의 눈 속에 흐르는 눈물입니다

                             -'강1'. 이성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