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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의 모든 것! 재혼 전문 커플매니저에게 듣는다

by 푸른들2 2009. 10. 6.


재혼의 모든 것!
재혼 전문 커플매니저에게 듣는다

‘돌아온 싱글’이라는 뜻의 ‘돌싱’. 이제는 더 이상 낯선 말이 아니다. 우리나라 미혼자 중 1/6이 ‘돌싱’에 해당하는 요즘, 과거의 아픔을 잊고 ‘당당한 재혼’을 꿈꾸는 이들이 늘어남에 따라 재혼 시장의 규모도 커지고 전문화되고 있는 추세. 놓쳐버린 인연의 실을 다시 맺어주고자 노력하는 재혼 전문 커플매니저들을 만나 그들의 직업 이야기와 진짜 ‘인연’을 찾는 법에 대해 인터뷰했다.

가정 해체와 함께 이혼율이 증가하고 재혼에 대한 사회적인 거부감도 옅어짐에 따라 재혼 시장은 급격히 팽창하고 있다. 결혼컨설팅 회사 등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5년 사이에 부쩍 재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고 말한다. 초혼 시장을 능가하는 재혼 시장의 성장에 따라 대형 결혼정보회사들이 전담 팀을 꾸려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재혼만을 전문으로 하는 특화 주자들도 속속 생겨났다.

 

하지만 사실 재혼은 초혼에 비해 어려운 점이 많다. 또다시 실패하면 안 된다는 부담감에다 눈앞에 놓인 현실적인 문제들을 헤쳐 나가면서 재혼에 도달하는 커플들. 이 험난한 길을 옆에서 돕는 재혼 전문 커플매니저들을 모아 대담을 시도했다.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일, 자부심 갖고 일해요

윤: 지난해 주인공 직업이 재혼 전문 커플매니저인 드라마가 방영됐죠. 구체적으로 드라마 직업으로까지 등장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재혼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이: 그 드라마를 통해 재혼과 재혼 전문 커플매니저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이들도 부쩍 늘어났더라고요. 하지만 드라마라서 그런지 과장된 부분도 많이 있더군요. 한 장면을 보면, 매니저가 불만을 품은 회원에게 봉변을 당하잖아요. 하지만 실제 회원들은 대부분 자신의 인생을 우리에게 맡겼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만큼 대접을 해줘요. 미팅을 진행하고 나서 불만이 있으면 컴플레인을 하기도 하지만 서로 대화를 하면서 풀어나가죠.

윤: 회원들을 대하면서 점점 재혼 전문 커플매니저라는 직업이 좋아졌어요. 단순한 직업이지만 한 사람의 삶에 내 자신이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된다는 생각을 종종 해요. 나로 인해서 누군가가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고, 세상에 둘도 없는 자신의 편을 얻어가기도 한다는 것에 자부심이 생기기도 하고요.

이: 맞아요. 사실 재혼 희망자들은 사람마다 각각 처한 상황도 다 다르고 개인적인 상처도 크기 때문에 커플매니저를 찾아오면서도 마음을 닫아둔 경우가 많죠. 마음 한편에 우울함이나 콤플렉스를 쌓아두거나 자신감 없이 살아가는 분도 많고요. 물론 시간과 노력이 들기는 하지만 이런 분들이 가까운 이들에게도 털어놓지 않던 생각을 내 앞에 드러낼 때 참 고마우면서 뿌듯하죠.

하: 재혼 전문 커플매니저가 그냥 커플매니저와 다른 점 중 하나가 단순히 짝을 맺어준다기보다 사람의 내면을 치료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거잖아요. 저는 원래 다른 결혼정보회사에서 커플매니저로 10년 넘게 일을 했어요. 그러다 재혼 전문으로 옮기게 됐는데, 확실히 상담 기법이나 회원 관리 방식도 많이 다르더라고요. 초반에는 늘 하던 대로 접근했더니 회원과 벽이 느껴졌어요. 계속 결혼 성사도 안 되고요. 예전에는 주로 제가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면서 상담을 했는데 이제는 대부분 회원의 이야기를 들어요. 그리고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노력하죠.

윤: 우리 상담실에는 늘 티슈를 준비해두잖아요. 이야기하다 보면 회원도, 저도 눈물 흘리는 경우가 많아요. 상담을 하면서 저도 마음이 풀리는 느낌이예요. 매니저와 회원으로 앉아 있기보다는, 점점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동반자 의식을 갖게 돼요. 둘이 막 울면서, 하하.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데서도 일의 매력을 느껴요. 회원 기록을 보면 마치 하나의 작은 사회 같아요.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직업이 다 여기 모여 있다는 생각도 든다니까요. 예전에는 기껏 주변 친구들 사는 것 정도밖에 몰랐는데, 삶이라는 게 이렇게 다양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느껴요.

이: 그렇죠. 다른 사람들의 삶도 알게 되니까 제 삶도 자주 되돌아보게 돼요. 반성도 많이 해요(웃음). 매일 출근해서 새 회원을 만나고 이야기하는 게 참 즐거워요.

하: 저도 사람을 바라보는 눈이랄까, 인생에 대한 가치관이랄까 그런 것들이 많이 달라졌어요.

이: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 정작 제 인생에 소홀해지는 면도 없지 않아요. 친구 만날 시간은 물론이고, 어떨 때는 편안히 쉬기도 힘들다니까요. 쉬는 날에도 회원들이 전화를 해서 상담을 요청하기도 하고, 맞선 진행에 문제가 생기기도 하잖아요. 저는 그래서 일요일에도 항상 출근해요, 하하.

하: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일 못해요. 마치고 나면 축 늘어질 때도 있고, 목이 아파서 말 못하는 날도 있잖아요. 새로운 정보에 민감하고 사람 심리를 깊숙이 들여다봐야 하는 특성상 자기계발도 소홀히 할 수 없죠. 저는 아무리 늦게 퇴근하더라도 일주일에 연애나 심리 소설 한 권은 꼭 읽어요. 또 한편으로 자신만의 기준과 고집도 있어야 한다고 봐요. 교감은 좋지만 회원에게 끌려다니면 안 되거든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위기에 대처할 순발력이나 강인함도 반드시 필요하고요.

윤: 그럼요. 비뚤어진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도 많고, 자신을 포장해서 보이려는 이들도 많으니까요. 집중해서 서류를 읽고 이야기를 들어요. 회원 분이 ‘틀렸다’ 싶은 부분은 과감하게 고쳐주려고도 하고요. 그래서일까요? 재혼 전문 커플매니저들이 일반 매니저들보다 연령대도 높잖아요. 아무래도 인생을 살아본 경험이 쌓일수록 도움이 되니까요.

이: 저는 일부 회원들이 ‘돈만 받아먹고 대충 소개해주는 것 아니냐’라는 반응을 보이면 참 속상해요. 제일 황당했던 말은 “맞선 때 매니저나 아르바이트생이 나온다면서요? 그렇게 횟수만 채우는 거 아닌가요?”였어요. 일부 작은 상담소 같은 곳에 의지했다가 피해를 본 사람들이 있기는 했어요. 하지만 요즘 회원 규정이나 진행 절차가 얼마나 강화되고 있는데요.

선입견을 버리고 세 번 이상 만나보세요.

이: 요즘 회원들을 살펴보면 재혼을 하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음을 느껴요. 회원들의 마음 자세도 많이 달라졌고요. 예전에는 40~50세가 지나서 혼자 산 지도 오래되고 어쩔 수 없이 재혼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젠 30대가 눈에 띄게 늘어났어요.

윤: 예전 부부들은 ‘그래도 참아보자’면서 견디다가 끝을 보고 이혼을 결정하잖아요.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판단이 빠른 것 같아요. 재혼에 대한 결심도 빠르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볍다는 건 아니에요. 그들도 다 죽을 만큼 힘들게 고민하고 결정내린 것이더라고요. 좋은 사람 만나서 자신의 인생을 잘 개척해나가겠다는 의지가 있는 게 좋죠.

이: 오히려 혼자인 채로 오랜 기간 살아온 사람들은 이제 와서 누군가를 책임져야 한다거나, 내 세계에 누군가가 들어온다거나 하는 게 부담스럽고 싫어서 더 잘 안 돼요. 그냥 그 생활에 익숙해지는 거죠. 뒤늦게 짝을 찾아보려 하면 두 배, 세 배 더 어려워요,

하: 긍정적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해요. 그리고 버려야 할 것은 선입견이고요. 상대방에 대해 지레짐작한다거나, 믿지 못하면 아무것도 안 돼요. 남자들은 나이가 어린 여자를 좋아한다고 하는데, 정말 그래요. 요즘 여자 분들이 얼마나 관리를 잘하는데요. 외모도 젊고 생각도 긍정적인데도, 여자 나이가 50이 넘었다고 하면 일단 ‘여자가 아니다’래요. 그래서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맞선 자리를 만들면 여자 분들은 ‘내가 노인을 뒷바라지해야 하느냐’고 펄쩍 뛰시고. 다들 말로는 “나이 들어가면서 마음의 길동무가 될 사람을 찾는다”면서도, 또 사람 마음이 안 그런가 봐요(웃음).

윤: 저도 일을 하면서 예전에 갖고 있던 선입견을 버렸어요. 솔직히 재혼도 아니고 세 번, 네 번씩 결혼한 사람을 보면 전엔 ‘사람이 얼마나 문제가 많기에’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참 순수하고 착한 사람인 경우가 많아요. 사람을 잘 믿고, 자신이랑 안 맞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면서도 상대에게 홀딱 빠지는 사람들이요.

이: 그래서 재혼은 특히 신경 써야 해요. 처음부터 현실적인 부분과 조건들을 잘 따져서 매칭하죠. 막연한 느낌이 아니라 생활 습관, 가정환경, 부모님 등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등을요. 초혼 때의 경험을 바탕 삼아 ‘또 다른 실패’는 겪지 않으려고 애쓰니까요. 특히 가장 걸리는 부분이 아이 문제예요. 아무래도 자녀가 가장 큰 영향을 주거든요. 또 예전 배우자와 비슷한 점이 보이면 싫어하는 경우가 많아서 정반대 스타일을 맞춰주려고 해요.

하: 저는 회원들에게 항상 ‘3’이란 숫자를 강조해요. 재혼 희망자에게는 특히요. 호감이라는 것이 첫눈에 외모로 나타나는 게 3초, 대화하면서 3분이래요. 누군가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려면 ‘삼 세 번’은 만나봐야 하고요.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3개월 동안은 긍정을 해보길 권해요. 처음엔 긴장하고 어색하기도 하잖아요. 또 한 번 결혼에 실패했다는 것 때문에 주눅이 들어서 자신의 진짜 모습을 못 보여주는 경우가 많아요.

윤: 재혼도 연애랑 비슷한 과정이에요. 처음부터 모든 걸 해결하려고 들면 안 되죠. 지나간 경험에서 충분히 배우되 서두르지는 말아야 해요.

이: 사람의 인연은 정말 모른다는 말이 맞다고 생각해요. 여기까지 오셔서 자기 틀에만 맞춰서 사람을 저울질하지 않았으면 해요. 커플매니저들의 권유에 따라 맞선도 보고, 미팅 파티에도 참석해 여러 사람을 만나보면서 ‘연습’을 해볼 필요가 있어요. 혼자의 생각과 현실은 다르거든요. 시간이 지나면서 진짜 사람 보는 눈이 생겨요.

윤: 초혼 커플 매칭을 할 때 보면 전문직 회원은 상대방도 전문직을 원하거든요. 그런데 재혼 희망자 중에서는 오히려 전문직을 기피하는 경우가 더 많아요.

하: 재혼일수록 ‘나를 존중하고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을 선호해요. 특히 남성 회원은 더욱더요. ‘잘난 여자’보다는 ‘가정적이고 따뜻한 여자’를 찾거든요. 오히려 고학력에 직업이 좋은 여성 회원들은 맞선 자체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 매니저 입장에서 힘들어요.

이: 하지만 아직도 재혼 희망자가 상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경제력’이에요. 여성들은 ‘남성의 능력’이 1순위죠. 남성도 반드시 돈이 필요해서라기보다 현실적으로 따져봤을 때 서로의 영역을 일정 이상 갖고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맞벌이를 선호하고요.

하: 그 때문일까요? 저희 같은 재혼 전문 결혼정보회사에 종종 결혼 경험이 없는 처녀·총각들이 가입을 해요. 실제로 전체 남성 회원 중 8%, 여성 회원 중 7% 정도가 총각이고 처녀예요. 경제적으로 안정된 상대를 만날 확률이 높다는 판단에서겠죠. 이런 경우를 보면서 초혼과 재혼의 경계가 많이 사라졌구나 싶기도 하고, 사회적인 분위기도 변했다는 걸 느껴요. 사실 요즘은 회원들이 ‘결혼 경험이 있느냐’는 것보다 ‘자녀가 있느냐’를 더 따져요. 이혼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니까요.

이: 재미있는 사실은 재혼 희망자 안에서도 연령대에 따라 확연히 생각 차이가 난다는 거예요. 30대는 ‘그림’이 되는 사람을 찾고, 40대는 ‘자녀’ 문제를 많이 따지고, 50대는 ‘경제력’을 꼼꼼히 봐요.

윤: 맞아요. 40대는 남녀를 막론하고 자녀 문제를 크게 보는 편인데 아무래도 대부분 그 정도에 이혼했으면 아이들이 어려서 책임져야 한다거나, 예민한 시기여서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죠. 40대 남성들은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갖고 싶어서 재혼하려는 경우가 많은데, 복합가정이 낳는 문제가 두려운 거죠. 이기적인 분들은 ‘아들 있는 여자는 절대로 싫다’고 딱 잘라버려요. 그나마 딸은 괜찮은데 아들은 더 걱정스럽다나요?

이: 50대는 자녀들이 반대해서 결혼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가 더 많아요. 회원이 재산이 좀 있는 경우에는 더해요. 재혼으로 인한 유산 문제가 불거지는 게 싫대요.

하: 그래서인지 재혼 부부가 맺어지는 형태도 다양하죠? 자녀들에게 피해를 줄까봐 혼인신고를 하고서도 따로 사는 부부도 있어요. 자녀들이 다 결혼하고 나서 살림을 합치는 경우도 봤어요. 부부 모임, 동창 모임, 가족 모임 등에는 서로 남편, 아내 자격으로 참석하면서도 연애만 하는 커플도 있고요.

윤: 한 번 실패한 아픔 때문에 또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어서 동거만 하는 비율도 높아요. 서로 잘 맞는지 확인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대요. 함께 살면서 재혼해도 괜찮겠다는 확신이 들면 혼인신고를 하더라고요. 또 예전에는 재혼을 숨기고 싶어 하는 분위기가 있어서인지 결혼식은 대부분 생략하고 가족끼리 식사하는 정도로 시작하는 부부가 많았는데 요즘엔 웨딩 사진도 찍고, 결혼식도 화려하게 올리는 이들이 많아요.

하: 재혼이 늘어나면서 형태도, 분위기도, 점점 다양해지는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더 많은 분이 많이 사랑하고, 연애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혼자보다는 둘이 좋지 않나요?

이: 그럼요. 결혼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고 해서 움츠러들지 말고 ‘내 인생이 변할 거다’라는 생각으로 누군가를 만나고, 웃을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해야만 해요. 행복해지는 길은 사랑밖에 없으니까요.

윤: 맞선 자리를 만들다 보면 회원들이 이런 말을 해요. “만나보니 상대방이 재미가 없어요”라고요. 하지만 그 상대방도 똑같이 생각했을 거라는 걸 아셔야 해요. 상대도 나를 만나서 즐겁고 행복하길 바랐을 거 아니겠어요? 그러려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나올 거예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힘들고 어려운 일임은 알지만, 대접받겠다는 생각 대신 ‘함께 간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출발을 성공적으로 했으면 해요. 저는 이런 적극적인 회원들을 도와주면서 인연의 실을 다시 맺어주고 싶어요.

이: 저도요! 새해에는 나를 위한 ‘단 한 사람’을 찾으셔서 새로운 행복을 맛보시길 바랍니다.

이런 일도 있었어요! 이제 와서 털어놓는 에피소드

# 남남이 된 부부, 하지만 인연은 질기다

비슷한 느낌을 풍기던 두 장의 서류. 회원관리팀의 한 커플매니저는 고객 정보 서류를 확인하다가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남녀 회원의 전 배우자 이름이 서로 일치한 게 아닌가. 하루 차이로 회원가입을 한 30대 남녀 회원은 알고 보니 실제 부부였었다. 서로 의논을 한 것도 아닌데 이혼 후 새로운 출발을 꿈꾸며 같은 재혼정보회사에 각각 가입 신청을 했던 것. “안 맞는다”며 이혼했지만, 그래도 부부는 닮는 법인지 재혼을 결심한 시기마저 같은 셈이다.

그렇게 같은 생활을 공유하던 부부였지만 막상 각자에게 들어본 이혼 사유는 각각 달랐다. 각자의 입장에서 본다는 것이 얼마나 다른지, 상대방에게 어떤 상처를 받았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달랐던 점은 이들의 매칭 결과. 두 사람은 남남이 되고 재혼을 결심한 것까지는 같은 길을 밟았으나, 재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운명이 엇갈렸다. 여성은 자녀 양육에 치중한 나머지 자신에게 투자할 엄두도 못 내고 시간을 흘려보냈지만, 남성은 이혼 후 전문 자격증을 취득해 더 좋은 직장으로 옮겼고 외모 관리도 철저하게 하면서 인기 회원 리스트에 올라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게 됐다.

# 70대 회장님의 여생을 함께할 그녀는?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기업의 70대 회장이 회원가입을 한 적이 있다. 회장님이 찾는 상대는 함께 여행을 다니며 남은 인생을 즐길 아내. 이 회원은 KBS-TV 드라마 ‘연애결혼’에 나왔던 500억 재산가처럼 직접 접촉하기보다는 비서를 통해 상대 여성에 대한 정보를 받은 후 맞선을 진행했다.

회장님의 아내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관문을 거쳐야 하는 법. 우여곡절 끝에 회장님의 선택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 자녀들이 나름대로 세워놓은 ‘재혼 전형’까지 통과해야만 했다. 여러 번의 맞선 진행을 통해 회장님이 마음에 들어 한 상대가 몇 명 있었지만 자녀들의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실패로 끝이 나고 말았다.

보통 커플매니저들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굉장한(?) 경제력을 가진 회원의 결혼이 성사되면 “얼마의 인센티브를 받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하지만 큰일 날 소리! 재혼정보업체에서는 회원가입비 외에는 누구에게도 일절 성혼사례비를 받지 않도록 규정되어 있다.

# 미팅 파티에서 다시 만난 첫사랑, 하지만 첫사랑은 첫사랑일 뿐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50대 남성 회원은 이상형에 대한 외모 조건을 조목조목 설명하며 꼭 그런 여성을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 회원은 눈이 크고 반드시 피부가 흰 편이어야 한다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알고 보니 그 남성은 초등학교 동창이었던 첫사랑을 아직까지 잊지 못하고 마음 한구석에 간직하고 있던 것. 담당 커플매니저가 자신이 관리하던 회원은 물론, 동료들에게까지 도움을 청해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그의 이상형에 꼭 맞는 사람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재혼 클럽에서 열리는 미팅 파티 현장에서 커플매니저는 회원이 찾는 이상형에 가까운 여성을 발견하고 두 사람을 만나게 해줬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바로 그의 첫사랑이었다. 꿈에 그리던 첫사랑과 재회했으니 좋은 소식을 들려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잠시, 며칠 후 만난 남성은 오히려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첫사랑에게서 예전처럼 설렌 감정은커녕, 그녀의 얼굴에 자리 잡은 주름에 실망만 했다는 것. 결국 그 남성 회원은 첫사랑에 대한 미련을 접고 커플매니저가 소개해준 전혀 다른 타입의 일곱 살 연하의 배필을 만나 재혼에 성공했다.

이처럼 재혼을 원하는 이들이 모이는 정기 미팅 파티에서는 생각지도 않던 재회가 종종 이뤄진다고. 고등학교 때 선생님을 만난 회원도, 미혼이었던 20대 때 첫 번째 맞선 본 상대를 만난 경우도 있었다. 한번은 커플매니저가 회원으로 가입한 동창생과 마주쳐 서로 무척이나 민망해했다는 후문이다.

# 갑자기 회원이 연락을 끊었다면 결혼했다는 증거?

간혹 첫 번째 만남에서부터 자신의 인연을 만나 재혼에 성공한 회원들은 ‘본전’ 생각에 회원가입비 환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재혼 전문 커플매니저가 주인공으로 나왔던 KBS 드라마 ‘연애결혼’에서도 한 여성 회원이 담당 커플매니저가 어렵게 맺어준 남성과 결혼하면서 그 사실을 숨기고 환불을 요구하는 이야기를 보여준 바 있다.

실제로도 이런 ‘양심 없는’ 회원들을 만나기도 한다. 대부분 “그동안 만났던 미팅 상대들이 모두 마음에 안 든다”, “갑작스럽게 개인적인 사정이 생겼다”, “재혼을 하겠다는 생각이 사라졌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환불을 요구하지만 여러 정황을 미뤄봤을 때 ‘결혼을 하는 것이 아닐까’ 의심이 가는 사례가 많다. 심증은 있더라도 물증이 없으니 회원을 믿을 수밖에 없지만 매니저 입장에서는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재혼에 성공하는 회원들 중 상당수는 일방적으로 전화번호를 바꾸고 커플매니저와 연락을 끊어버린다. 재혼 부부들은 결혼 전에 주변을 정리하고 백지 상태에서 새 출발을 하려는 마음이 강하기 때문이다. 커플매니저들은 섭섭하더라도 회원의 마음을 이해하기에 행복하게 잘 살기를 빌어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