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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와 이항복:음 양 :이야기

by 푸른들2 2009. 9. 27.


 

 


             퇴계와 이항복: '음' '양' 이야기

조선 왕조 14대 임금인 선조 때의 일이다.
 
퇴계 선생이 벼슬에서 물러난 후,
선조의 부름으로 다시 입궐을 하게 되었는데
 퇴계를 맞이한 백관들은 입궐하기 전에 퇴계를
남문 밖의 한가한 곳으로 안내했다.
 

 
 
 
그들은 퇴계에게 성리학에 대한 온갖 현학적인 질문을 하였다.
 
 
 
 

 그들이 좌정하고 있을 때, 어린 소년 하나가

성큼 들어와 퇴계에게 절을 하고 말했다.

"소생은 이항복이라 하옵니다.

 

듣자하니 선생께서는 독서를 많이 하여 모르시는 것이

없다고 하기에 여쭈어 볼 말씀이 있어 이렇게 왔습니다.

 
 
 
우리말에 여자의 소문(小門)을 "보지"라 하고,
 남자의 양경(陽莖)은 "자지"라 하니
그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퇴계는 이항복의 질문을 받자 얼굴빛을 고치고
자세를 바로 한 후, 찬찬히 대답하기 시작했다.

 


 
 
"여자의 소문(小門)은 걸어다닐때 감추어진다고

 해서 걸음 '보(步)" 감출 '장(藏)' 갈 '지(之)'

세 자로 보장지라 한 것인데 말하기 쉽도록

감출 장(藏)은 빼고 "보지"라 하는 것이요,



 
 

남자의 양경은 앉아 있을때에 감추어진다고

해서 앉을 '좌(座)' 감출 '장(藏)' 갈 '지(之)'

세 자로 좌장지라 한 것인데 이것 역시 말하기

 쉽도록 감출 장을 빼고 좌지라 한 것인데 잘 못

전해져 발음이 변해 "자지"라 하는 것이다. 


 
 

 이항복이 다시 물었다.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여자의 보지를 '씹'이라 하고, 남자의

자지를 '좆 또는 좇'이라고 하니 그것은 또 무슨

 까닭입니까?"


 
 
 

퇴계가 다시 대답했다. "여자는

 음기(陰氣)를 지녀 축축할 '습(濕)'자의 발음을

 따라 습이라 한 것인데 우리말에는 되게 소리를

내는 말이 많아 "씁"자로 된소리가 되었고,

 
 

이것이 발음하기 편하게 변해 "씹"이 된 것이요,

남자는 양기를 지녀 마를 "조(燥)"자의 음으로

 조라 한 것인데 이것 역시 된소리로 "좇(좆)"으로

변한 것이다."


 

 

"말씀을 듣고나니 이치를 알겠습니다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이항복은 이렇게 말하고

천연덕스럽게 나갔다.

이항복의 거동을 지켜보던

백관들은 어이없다는 듯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뉘집 자식인지는 모르나 어린

아이가 어른들 앞에서 발랑 까져서 그런 싸가지 없는

 말을 하는 것을 보니 필경 버린 자식일 거요." 퇴계가

이 말을 듣고 엄숙한 목소리로 이렇게 나무랐다.


 

 
 
 
"당신들은 어찌 그 아이를 함부로 "싸가지 없다.
 까졌다" 하시오? 모든 사람이 부모에게서
 태어날 때 이미 "자지"와 "보지"를 몸의
일부분으로 타고나는 것이 자연의 이치요,
또 말과 글을 빌어 그것들에 이름을 붙여
부르는 것이 당연한데, 그런 말을 입에
 올리는 것이 무슨 잘못이라 말이요?
 

 다만 음과 양이 서로 추잡하게 합하여 사람

마음이 천박해지는 것을 꺼리는 까닭에 그런

말을 쉽게 입에 올리지 않는 것이지,

 

순수한

마음으로 말할 적에야 백 번을 부르기로서니

무엇을 꺼릴 게 있겠소. 그 소년이 나를 처음

 보고 음양의 이치부터 물은것을 보면,

 

그 소년이 장차 이 나라의 큰 인물이 되어

음양의 조화와 변화에 맞게 세상을 편안히

이끌어 나갈 사람이라고 생각되오."

다들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