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을 곁들인 구운 토마토. 토마토를 익혀 먹으면 항산화물질 리코펜의 섭취량을 늘릴 수 있다. 특히 토마토를 조리할 때 올리브 오일을 약간 넣으면 리코펜의 체내 흡수율을 최대 4.4배까지 높일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좋은 영양소만 쏙쏙 뽑아 맛있고 건강하게 먹을 수 없을까? 식물성 식품은 건강에 좋지만 좋은 영양소를 모두 섭취하는 건 쉽지 않다. 녹색 채소를 너무 익히거나 견과류를 실온에 보관하면 일부 영양소가 손실될 수 있다. 또 어떤 식품을 함께 먹으면 한 입 먹을 때마다 영양소 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 홍콩 유력 영자 매체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가 ‘식물성 식품을 더 건강하게 먹는 팁 10가지’를 소개했다.
토마토를 익혀 먹자
알고 있어도 실천에 옮기지 않으면 건강에 도움이 안 된다. 토마토를 익히면 그 속에 들어 있는 리코펜 성분의 효능을 확 높일 수 있다. 리코펜은 토마토에서 밝고 붉은 색을 내는 카로티노이드의 일종이다. 홍콩 통합의학연구소 카티아 데메키나 영양치료사는 “리코펜은 산화 스트레스로 인한 손상으로부터 조직, 세포, DNA를 보호하는 항산화제”라고 말했다. 토마토에 열을 가하면 섬유질에서 리코펜이 방출돼 몸에서 더 많이 쓰일 수 있다. 요리 중 수분이 증발되면서 리코펜의 농도가 높아진다.
신선한 토마토보다는 익힌 토마토 제품을 먹으면 항산화물질 리코펜의 섭취량을 늘릴 수 있다. 토마토를 조리할 때 올리브 오일을 약간 첨가하면 리코펜의 체내 흡수율을 최대 4.4배까지 높일 수 있다. 토마토 수프는 영양이 풍부하고 수분 함량도 높다. 데메키나 영양치료사는 “토마토를 당근 등 카로티노이드가 풍부한 다른 식품과 함께 쓰면 리코펜의 효과를 훨씬 더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리된 토마토를 살 땐 유리 용기에 담긴 토마토를 고르는 게 좋다. 특정 화학물질(BPA)이 스며드는 걸 막기 위해서다.
마늘 양파 다지고 몇 분 동안 그대로 놔둔 뒤 먹는다
마늘, 양파, 부추, 파 등을 다져 몇 분 동안 그대로 놔둔 뒤 먹거나 요리에 쓰는 게 좋다. 채소를다지거나 으깨면 특정 효소(알리이나아제)가 활성화된다. 알리이나아제는 공기에 노출되면 유황 화합물인 알리신으로 변한다. 이 성분은 심장에 좋고 항균, 항암 효과를 낸다. 그러나 먹기 전에 너무 오래 기다리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알리신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른 유익한 화합물과 함께 분해된다.
함께 먹으면 좋은 ‘식품 조합’을 최대한 이용한다
특정 식품을 함께 먹으면 영양소 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 브로콜리, 케일, 콜리플라워 등 십자화과 채소를 겨자, 물냉이와 함께 섭취하면 좋다. 십자화과 채소에는 강력한 식물성 화학물질인 설포라판이 함유돼 있다. 이는 항암, 항당뇨 효과를 내며 항균, 항염증, 신경보호 효과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심지어 노화 방지에도 좋다. 데메키나 영양치료사는 “십자화과 채소를 겨자, 양 고추냉이, 물냉이와 함께 먹으면 설포라판 함량을 3~5배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레몬 주스나 얇게 썬 토마토를 곁들인 십자화과 채소도 좋다. 철분 흡수율을 높여준다. 이들 채소를 날것으로 먹을 때 레몬 주스나 식초를 첨가하면 설포라판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효소의 활성도 높아진다. 그 결과 산성화하지 않은 채소에 비해 설포라판 수치가 2배로 증가한다. 아연 함량이 높은 병아리 콩을 양파와 함께 먹으면 양파 속 유황이 아연의 흡수율을 크게 높여준다.
강황과 후추를 함께 섭취하면 신체가 흡수할 수 있는 강황의 커큐민 양이 크게 늘어난다. 커큐민은 염증을 누그러뜨리고 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강력한 화합물이다.
제철 식재료를 구해 먹는다
제철 농산물은 가까운 데서 생산된다. 신선하고 높은 영양가를 유지할 수 있다. 제철 농산물은 자연 성장주기에 적합한 조건에서 재배된다. 적절한 양의 자연 햇빛, 물, 영양분은 최적의 영양소를 함유하게 해준다.
채소에 건강에 좋은 지방을 추가한다
채소에는 비타민 A, E, K가 풍부하다. 이들 비타민은 지용성이다. 흡수하려면 지방이 필요하다. 데메키나 영양치료사는 “아보카도, 견과류, 씨앗, 올리브 오일 속의 건강한 지방을 채소와 함께 섭취하면 지용성 비타민을 더 효과적으로 섭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채소에 올리브 오일을 뿌려 먹거나 아보카도를 식단에 추가하면 영양소 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
채소를 너무 익혀 먹지 않는다
위슬라 건강코치는 “채소를 끓이거나 데치면 비타민C 등 영양소가 파괴될 수 있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대신 살짝 찌면 영양소 보존에 도움이 된다. 가장 낮은 온도에서 볶거나 빠르게 볶는 게 바람직하다.
음식을 천천히 꼭꼭 씹어먹는다
홍콩의 식물성 요리 건강코치인 미셸 위슬라는 “시간을 들여 음식을 꼭꼭 잘 씹어 먹으면 소화효소가 음식을 더 작은 입자로 분해한다. 소화기관이 영양분을 더 쉽게 흡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슬라는 미국의 ‘책임 있는 의학을 위한 의사위원회(PCRM)’에서 인가를 받은 영양교육 프로그램(Food for Life)의 강사다. 그는 “음식이 분해되면서 화학반응이 몇 가지 일어난다. 그 반응 중 일부는 우리 몸에 피토케미컬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피토케미컬은 채소, 과일에 들어있는 식물성 화학물질이다. 세포 손상을 억제하고 면역기능을 높여준다. 눈 건강에 좋은 당근의 카로티노이드가 한 가지 예다. 이 성분은 완전히 분해됐을 때 쉽게 흡수된다. 음식이 잘 분해되지 않으면 흡수 장애로 복부 팽만감과 소화 불량을 일으킬 수 있다.
흰 수박 껍질을 버리지 않는다
수박의 흰 껍질도 건강에 유익하다. 육즙이 풍부한 수박의 붉은 과육만 먹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분자학 저널≫에 실린 연구 결과(2020년)를 보면 수박 껍질엔 섬유질, 아미노산, 미네랄, 항산화제 등 생리 활성 화합물이 많이 들어 있다. 암, 당뇨병, 각종 만성병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견과류와 씨앗류를 냉장고에 보관한다
견과류와 씨앗을 냉장 보관하면 영양 성분을 보호하고 지방의 산화로 부패하는 걸 막을 수 있다. 특히 날것인 경우 그렇다. 산소에 노출되면 산화가 일어난다. 견과류의 맛이 변하며 산패한 지방은 몸에 해롭다. 냉장 보관하면 산화 과정을 효과적으로 늦춰 견과류의 영양 성분을 보존할 수 있다. 견과류 날것을 냉동실에 보관하면 오래 보관할 수 있다.
바나나를 익기 전에 먹는다
녹색 바나나에는 건강에 좋은 수준의 저항성 전분이 포함돼 있다. 이 전분은 혈당 수치를 높이지 않는다. 소장에서 결장으로 이동해 발효된다. 저항성 전분은 체중 감량, 심장 건강 증진, 혈당 관리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스 역할도 한다. 장 건강 유지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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