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위염 위암 주요 발병 원인으로 꼽히는 헬리코박터파일로리 균이 뇌로 이동해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전 세계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 파일로리)는 세균의 일종인 박테리아로, 위를 감싸고 있는 끈적끈적한 점액에 서식한다. 익히지 않은 음식이나 박테리아에 오염된 물을 통해 사람 간에 전염될 수 있다.
한국인의 식습관 중 찌개나 국을 같이 떠먹는 습관으로 서로 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이 옮길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약 15%의 사람들은 위나 십이지장 내벽에 궤양이 생길 수 있다.
이 가운데 해당 박테리아가 뇌로 이동해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학술지 《알츠하이머 및 치매(Alzheimer’s & Dementia)》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H. 파일로리 감염 증상을 경험한 사람들은 가장 흔한 치매 형태인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11%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맥길대 연구진이 1988년~2019년 50세 이상 400만 명 이상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뇌 질환이 발생할 위험은 박테리아에 감염된 후 7년~10년에 가장 높았으며, 감염에 의한 위장병 환자는 알츠하이머에 걸릴 가능성이 24% 더 높았다.
연구진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이 알츠하이머 위험 증가의 확실한 원인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없다”면서도 “박테리아가 뇌로 이동해 염증과 뇌세포의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H. 파일로리는 구강-비강-후각 축을 통해 또는 감염된 순환 단핵구를 통해 혈액-뇌 장벽을 파괴해 잠재적으로 신경 염증, 신경 세포 손상 및 신경 퇴행을 유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또 “박테리아는 또 장내 미생물 군집을 교란해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 존재하는 끈적끈적한 단백질인 아밀로이드의 과잉 생산을 유발할 수 있다”며 “만성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으로 인한 장 손상이 비타민 B12와 철분의 흡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는 치매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헬리코박터 박테리아를 박멸하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20만 건의 알츠하이머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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