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카페] 운동으로 증가한 혈액단백질, 뇌혈관 염증 막고 신경세포 늘려
마라토너 쥐의 피가 꼼짝도 하지 않은 쥐의 뇌 기능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뇌를 다시 회춘(回春)시킨 혈액 단백질은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알츠하이머 치매 같은 뇌질환도 예방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의 토니 위스-코리 교수 연구진은 “운동을 많이 한 쥐의 혈액에 있는 단백질이 게으름뱅이 쥐의 뇌에 운동을 한 것과 같은 효과를 냈다”고 9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마라토너 쥐의 혈액이 뇌 기능 촉진
운동을 하면 몸뿐 아니라 뇌 건강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쥐 실험에서 운동은 뇌 세포 증식을 촉진해 학습과 기억력을 증진시켰다. 위스-코리 교수는 혈액에 뇌를 회춘시킨 물질이 들어있다고 추정했다. 실제로 연구진인 2014년 활동량이 많은 젊은 쥐의 피를 나이든 쥐에게 수혈했더니 기억력이 향상됐다.
연구진은 운동을 많이 한 쥐의 혈액을 같은 나이의 게으름뱅이 쥐에게 수혈해 같은 효과가 있는지 알아봤다. 사람으로 치면 25세 정도 되는 생후 3개월의 젊은 쥐를 대상으로 한 무리는 매일 밤 쳇바퀴에서 10㎞씩 달리도록 했다. 쥐는 낮에 자고 밤에 움직인다. 다른 무리는 우리에 회전이 되지 않는 쳇바퀴를 넣어 게으름뱅이로 만들었다. 이 쥐들은 우리를 왔다 갔다 하는 정도의 운동만 했다.
28일 후 마라토너 쥐와 게으름뱅이 쥐에서 각각 혈액을 뽑아 혈구세포를 빼고 액체성분인 혈장만 분리했다. 이 혈장을 아예 운동을 하지 않은 쥐에게 3일 간격으로 28일 동안 수혈했다. 마라토너 쥐의 혈장은 뇌에 28일 동안 운동을 계속 한 것과 같은 효과를 보였다. 뇌세포의 생존과 분열이 증가했으며, 특히 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해마에서 신경세포가 더 많이 생겼다. 기억력 시험에서도 게으름뱅이 쥐의 혈장을 수혈 받은 쥐보다 뛰어났다.
쳇바퀴를 매일 달린 쥐(RP)와 게으름뱅이 쥐(쳬)의 혈액 액체성분을 거의 움직이지 않은 쥐에게 3일 간격으로 28일 동안 수혈했다(왼쪽). 그러자 마라토너 쥐의 혈액을 수혈하면 뇌세포가 크게 증가했다(오른쪽 아래)./Nature◇뇌 염증 막는 단백질이 회춘 비결
연구진은 수혈 받은 쥐의 뇌에서 유전자를 분석했다. 마라토너 쥐의 혈장은 감염을 유발하는 유전자들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쥐에게 감염을 일으키는 세균을 주사하고 다시 마라토너 쥐와 게으름뱅이 쥐의 혈장을 수혈했다. 역시 마라토너 쥐의 혈장이 뇌에서 감염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억제했다.
마라토너 쥐의 혈액에서 뇌를 회춘시키는 성분들도 알아냈다. 대표적인 예가 클러스터린(clusterin) 단백질로, 운동을 하지 않은 쥐의 뇌에서 감염을 억제하는 효과를 보였다. 클러스터린은 면역단백질인 보체의 과도한 작용을 억제했다. 보체는 병원체를 제거할 면역세포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 염증을 유발한다. 하지만 보체가 과도하게 작동하면 염증이 지나쳐 뇌기능을 악화시킬 수 있다.
연구진은 클러스터린 단백질이 뇌의 혈관내피세포에 잘 결합하는 것을 확인했다.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대부분이 혈관내피세포에 염증이 발생해 뇌로 퍼진다. 클러스터린은 급성 감염이 일어난 쥐와 알츠하이머로 인한 만성 신경감염이 일어난 쥐에서 모두 뇌 염증을 감소시켰다.
이번 연구 결과는 운동을 통해 뇌에서 증가하는 물질이 뇌 건강을 촉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알츠하이머 치매 같은 퇴행성 뇌질환도 예방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실제로 연구진은 경미한 인지 장애가 있는 퇴역 군인 20명에게 6개월간 유산소 운동을 시켰더니 혈중 클러스터린 양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간에서 생성되는 클러스터린은 양이 정해져 있으므로 뇌 혈관내피세포에 결합하는 다른 약물로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운동을 한 것처럼 뇌를 회춘시키고 알츠하이머 치매를 막을 신약이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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