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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시간 빈곤자인가요?

by 푸른들2 2015. 4. 24.


당신도 시간 빈곤자인가요?

우리는 누구나 '시간 부자'로 태어났다

'빈부 격차'의 문제나 '계층 간의 불평등'을 강조하는 사회일수록 돈의 문제에 더욱 예민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가지는 근원적인 불평등이나 불만을 조용히 잠재울 수 있는 더 큰 재산이 있다. 바로 시간이다.

각자 소유한 재물의 규모와 달리, 우리는 누구나 '시간 부자'로 태어났다. 즉 시간은 공평하게 가지게 되는 재산이다. 하지만 돈과 달리 시간은 다른 의미의 재산이다. 무엇을 위해,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여야 할지를 아느냐에 따라 다른 가치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사용하는 사람이 잘 사용할지를 모르는 경우 그냥 사라진다. 모두들 너무 바쁘다고 한다. 삶을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듯한 유치원생도, 삶의 여유를 즐길 것 같은 할머니, 할아버지도 모두 바쁘다고 한다.

시간의 부족, 시간의 낭비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재산에 비유하면, 자신이 원하지 않는 곳에 억지로 돈을 낭비하는 것과 같다. 시간을 이렇게 낭비하는 사람들은 '리얼리스트' 성향을 가지고 있다.

리얼리스트 모드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항상 시간에 쫓긴다. 학생들의 경우 '경험을 많이 쌓고 싶고, 학점도 잘 챙기고 싶다. 취업 준비도 해야 하고, 연애도 하고 싶다. 하지만 이 모두를 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들은 자신의 스타일을 뚜렷이 표현하는 걸 힘들어한다. 웬만하면 대세를 따른다. 타인을 통해 자신을 확인하고 느끼려 한다. 인정에 목말라하고, 인정을 받으려 한다.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가를 무엇보다 중시한다. 왜냐하면 타인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바로 자신의 존재에 대한 확인이기 때문이다.

실수를 하지 않아야 하고, 나름 완벽하게 보이고 싶어 한다. 무엇보다 주위 사람들이 원하는 것에 자신을 맞추려 한다. 자신을 삶의 희생자나 피해자로 쉽게 여기며, 불안할수록 쉽게 자책한다. 남을 불편하게 하기보다 내가 조금 불편한 것이 낫다고 믿는다.

어떻게 보면 순응적이며,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마음이다. 규범과 틀을 지키려 하지만 일관적이지는 않다. 이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들 하는 대로 따르는 것이다. 그래서 바쁘다. 리얼리스트는 성실하게 오늘을 살아가려는 대다수 한국인의 모습이다.

현실은 가능한 한 있는 그대로 유지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안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분주하게 뛰어다니며 '시간이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삶의 가치는 누구나 이야기하는 '가정의 화목' '행복' '건강'이다. 대한민국의 평범하고 무난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이들에게 시간은 삶을 살면 살수록 점점 더 부족해질 뿐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 부자법'이다. 돈의 사용 내역을 가계부에 적듯, 시간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는지 기록하는 것을 학습해야 한다.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라는 책이 놀라운 지침을 줄 것이다. 82세에 세상을 떠난 소련의 곤충 분류학자인 알렉산드르 류비셰프(Aleksandr Lyubishev)는 세상에 70여 권의 학술 서적과 총 1만2500여 장(단행본 100권 분량)의 연구 논문, 그보다 더 방대한 양의 학술 자료와 꼼꼼하게 수제본한 수천 권의 소책자를 남겼다.

생전의 류비셰프와 교류했던 지식인들은 그가 남긴 엄청난 양의 원고 앞에서 할 말을 잃었다. 류비셰프의 학문적 성취와 철학과 역사, 문학과 윤리학 등이 더 밝혀지면서, 전 방위로 넘나든 그의 독창적이며 방대한 이론에 모두 아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매일 8시간 이상 충분히 자고 산책과 운동을 한가로이 즐기는 삶을 살았다. 또한 단테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줄줄 외고 주요 공연과 전시를 빠짐없이 관람했다. 물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학교와 연구소 직원으로 일했으며, 각종 학술 세미나와 국책 사업을 위해 한 해에도 몇 달씩 전국 각지를 순회했다.

사람들은 바쁘게 살았지만 여유로운 삶을 누렸고 또 많은 업적을 남긴 그의 비법을 알기 원했고, 그것이 바로 '시간 통계' 노트였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누구도 시도해본 적 없는 방법으로 도처에 깔린 시간을 '채굴'해냈다. 그렇게 확보한 시간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모든 일을 해낼 수 있었다.

그의 시간 통계 노트는 단지 매일매일 사용한 시간을 적은 것이었다. 우리가 시간의 부족에 시달리고 항상 바쁘다고 느끼는 것은 바로 자신이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지를 마치 돈을 사용한 내역을 가계부에 적듯 기록하여 확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을 위해 얼마의 시간을 사용했는지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시간 부자'로 사는 길이다. 하지만 "이런 작업을 하려면 반성하는 마음에 앞서 대단한 노력과 용기를 필요로 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나약함과 허점, 실수 등을 스스로 공개하고 인정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다닐 알렉산드로비치 그라닌 저, 2004) 시간 부자법이 시간 관리법이지만, 리얼리스트 모드로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이 잘 따라 하기는 힘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