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서 무심코 꺼낸 우유. 유통기한을 확인하니 하루가 지나 하수구로 직행했다. 그런데 콸콸 쏟아지는 우유를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거 멀쩡해 보이는데 진짜 버려야 해?' 버릴까 말까? 계속되는 줄다리기 주부들은 마트에서 장을 볼 때 식재료의 원료 및 성분부터 제조회사, 첨가물까지 꼼꼼히 따진다. 하지만 무엇보다 신경 쓰는 것은 바로 '유통기한'. 가족들이 직접 먹을 음식이기 때문에 식후 문제는 없을지, 그 안정성을 반드시 따져보는 것이다. 유통기한은 단순히 날짜를 확인하는 것만으로 식재료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확인이 매우 간단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유통기한은 식품의 신선도를 알려주는 것이지 안정성을 의미하진 않는다. 많은 사람이 유통기한이 지나면 그 식품은 아예 못 먹는 것, 즉 '버려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먹으면 바로 아프거나 죽기라도 하는 것처럼 야단법석을 떠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냄새나 겉모습이 멀쩡한 식품들도 '유통기한'이라는 데드라인에 쫓겨 쓰레기통행이 되고 만다. 우리나라는 이렇게 버려지는 음식이 연간 6천5백억원 규모에 이를 정도로 다른 나라보다 유통기한에 민감하다. 유통기한이 2~3일 남은 제품을 유통업계에서 미리 반품하는 사례까지 합치면 그 피해는 1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유통기한은 '음식을 먹어도 되는 마지막 날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유통기한의 정확한 사전적 의미는 '유통업자가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법적기한'이다. 즉, 유통기한은 소비자가 아닌 판매자가 신경 쓸 부분이다. 식약처에서는 식품이 시중에 나오기 전에 미리 여러 가지 실험을 거쳐 식품이 변질되지 않는 기간을 책정하고, 제조사는 소비자의 안전을 고려해 식약처에서 정한 기간의 60~70% 정도로 넉넉하게 유통기한을 결정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식품의 안전과 관련한 소비자와의 분쟁을 줄이려는 의도도 있고, 유통기한이 길면 소비자들이 첨가 성분을 의심해 구매를 꺼리는 현상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식약처에서 확인한 식품의 안전 기한이 10일 정도라면, 소비자에게 유통될 수 있는 유통기한은 6~7일 정도로 표기된다. 때문에 유통기한이 1~2일 지났다고 해서 못 먹는 음식이 될 확률은 생각보다 매우 낮다. 우리 집 밥상에 아무 걱정 없이 즐길 수 있는 안전한 식품을 올리고 싶다면, 유통기한에만 혈안이 될 것이 아니라 온도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는 것이 좋다. 아무리 유통기한이 충분히 남아 있는 식품이라도 온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쉽게 상하기 때문이다. 장보기를 마친 후 냉장식품을 냉장고에 넣지 않고 실온 상태로 보관한다거나, 여러 번 냉동과 해동을 반복하는 등의 잘못된 습관이 문제인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오히려 온도 관리가 제대로 된 제품은 유통기한 경과 후에도 전혀 변질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 반대편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는 사람이 넘쳐나는데, 사람들은 유통기한이라는 굴레에 사로잡혀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음식도 무조건 버리고 있다. 이렇게 연간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가 많아지자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7월부터 식품에 유통기한과 함께 '소비기한'을 병행 표기하기로 했다. 대형 유통 매장에서 판매하는 일부 제품에 한해 시행되었지만, 유통기한과 상관없이 음식의 섭취 가능 여부를 파악할 수 있게 한 새로운 시도다. 쉽게 말하면 소비기한은 'Use by Date=먹어도 문제가 없는 기간'을 말한다. 물론 '식품을 개봉하지 않은 상태'라는 전제 조건이 깔려 있다. 따라서 소비기한은 'Sell by Date=식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간'를 뜻하는 유통기한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그토록 예민해했던 '식품의 안정성'을 담은 것이라 등장만으로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말 그대로 식품의 최종 사용기한을 뜻하기 때문에 구매한 식품의 소비기한이 오늘까지라면 크게 고민하지 않고 폐기해도 무방하다. 오래전부터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에서는 사용기한, 판매기한, 최상 품질기한, 최소 보존일, 포장일자 등으로 다양하게 식품의 신선도 및 안전성을 표기해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식품에 유통기한만 일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일부 식품에 한해 '제조일자'와 '품질유지기한'을 표기하기도 하지만 이를 잘 모르는 소비자들도 많다. '제조일자'는 설탕, 소금 등 일부 첨가물에 대해 적용하는 것으로 말 그대로 식품을 제조한 날짜를 뜻한다. 반면 '품질유지기한'은 일부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제품군들에 적용하는 제도인데, 소비기한과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르다. '식품의 품질이 최상으로 유지되는 기간'을 뜻하기 때문이다. 즉, 품질유지기한이 지나면 최상의 품질은 아니지만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으니 먹어도 된다는 뜻이다. 품질유지기한이 적용되는 식품에는 잼류, 당류, 멸균 음료, 간장, 인삼제품, 김치·절임 식품, 전분, 벌꿀, 밀가루, 레토르트 식품, 통조림 식품 등이 있다. 가정에서 식품의 변질 여부를 판단할 때는 유통기한 만료일이 아닌 맛, 냄새, 색 등 제품의 이상 징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물론 시중에서 판매하는 모든 식품에 소비기한만 표기되어 있다면 그것만으로 섭취 가능 여부를 알 수 있겠지만, 아직 제도가 크게 확산되지 않아 아쉬운 상태다. 한국소비자원은 유통기한은 식품의 안전 문제와는 별개라고 설명한다. 식중독이나 제품에 혼입된 이물 등과 같은 식품안전사고는 제조, 유통 과정 등 식품을 적절하게 취급하지 못해 발생하는 것이라 유통기한과는 무관하다고 말이다. 때문에 가정에서 적절한 방법으로 보관한 제품은 유통기한이 경과해도 반드시 버릴 필요는 없다. 물론 식품을 버리고 말고는 온전히 소비자의 선택이다. 하지만 신데렐라의 호박마차처럼 약속한 12시가 되었다고 해서 식품이 바로 변해버리지는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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