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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만 읽으세요, 남편 조립 설명서

by 푸른들2 2011. 8. 14.


여자만 읽으세요, 남편 조립 설명서

남자와 여자가 수십 년을 다른 환경, 다른 생활 방식 속에서 살다가 부부라는 이름으로 묶였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꿈을 꾸지는 않는다.

다른 환경, 다른 생활 방식이야 사랑으로 맞춰나간다 해도, 뼛속까지 다른 ‘남과 여’라는 성별 차이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 같은 TV여도 브랜드에 따라 리모컨이 다른데, 하물며 TV 리모컨으로 에어컨을 켤 수는 없지 않은가. 이해하려 하지 말고, 인정하자. 상대 역시 같은 심정이리라.

 dbullens님이 촬영한 Butterfly-  Limenitis arthemis.

아내만 읽으세요
본 제품은 조립 완제품이 아니므로 사용자 스스로 조립하여 사용하세요. 조립 후 바로 사용하면 오작동이 되거나 고장 날 수 있으므로 충분한 예열 시간을 두십시오. 본 제품은 마징가제트와 동등한 능력치를 가지고 있으나 사용법을 모르면 제어 불능 상태가 되어 도리어 화를 입을 수 있으니 오작동 발생 시 일단 그 자리를 떠나셨다가 배터리 소진 시 수리에 들어가는 것이 안전을 위하는 길입니다. 수리 불가 판정 시 함부로 폐기 처분하면 환경 오염을 유발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다른 용도로 재활용하시기를. 가끔 자녀들이 조작하면 탁월한 기능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연료 충전 집에 들어오면 밥부터 찾고, 틈만 나면 TV만 보는 남편에게 잔소리는 금물이다. 잔소리를 하면 잔소리를 듣는 대상은 자신의 행동에 대가를 지불한 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음에도 꼭 같은 행동을 반복해도 된다는 명분을 가지게 된다. 이것은 남편과 아이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또한 잔소리의 주체는 잔소리를 듣는 사람보다 우위에 있는 셈이 되기 때문에 남편은 자존심이 구겨져 밑도 끝도 없이 발끈하게 된다. 이럴 땐 일단 아주 맛있고 따뜻한 밥상을 제공하고, TV를 실컷 보도록 편안한 소파로 안내한 후 리모컨을 흔쾌히 손에 쥐어준다. 사람은 배가 부르면 무장 해제된다. 지혜로운 경영자들이 배고픈 시각인 오전 1시, 오후 5시에는 절대 회의를 소집하지 않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연료를 채우고 시동이 걸릴 때까지 조금 기다리는 여유를 갖자. 그 후엔 내 맘대로 운전할 수 있게 될 테니까.

남편 데이 돈에서 자유로운 ‘남편의 날’을 만들어준다. 이전의 월급날은 남편과 가장으로서 권위가 서는 날이었다. 우리네 아버지들은 두툼한 월급봉투를 내밀면서 아내에게 ‘아껴 써!’ 이 한마디를 하기 위해 한 달 내내 성질 죽여가며 직장에 다니셨다. 요즘엔 급여 통장으로 월급이 자동이체되고, 그즈음 카드 결제며 주택 구입 대출 이자 등이 후르륵 빠져나가기 때문에 받는 입장 에서도 감동이 덜하다. 그러다 보니 남편은 스스로 돈 벌어 오는 기계처럼 생각돼 좌절감을 맛보기도 하고, 혹은 돈을 버는 목적은 잊은 채 돈을 번다는 이유만으로 권위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다. 남편의 월급날을 남편의 날로 정하고 온 가족이 함께 모여 가장의 노고에 대해 맘껏 치하하자. 이 날 만큼은 평소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식탁을 차리고, 적은 액수여도 용돈 외에 금일봉을 하사하는 것도 좋겠다. 그러면 남편은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게 될 것이고, 그 목적이 되는 가족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게 될 것.

가족 놀이 아내의 행복 중 하나는 아빠와 즐겁게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일이다. 반대로 아이들과 잘 놀아주지 않는 남편을 볼 때 아내는 일종의 결핍감 속에 남편의 사랑을 의심하게 된다. 반면 남편은 결혼할 때 아내가 늘 자기와 놀아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막상 결혼하고 나면 아내 입장에서는 챙길 일도 한둘 아니고, 아이까지 태어나면 더더욱 놀아주지 못한다. 거기에 아이 양육이라는 의무 사항까지 부과시킨다. 남편 입장에선 당황할 수밖에. 아이같이 보채는 남편을 위해 육아와 가사 외에 무언가를 하나 더 해야 한다는 사실이 억울할 수 있겠지만, 아내 쪽에서 노력하는 편이 항상 더 수월하니 어쩌겠는가. 남편이 아이와 잘 놀아주지 못하는 것을 탓하지 말고 온 가족이 남편과 공유할 수 있는 놀이를 만들자. 아이에게도 도움을 주는 바둑 같은 것을 함께 새로 배워볼 수도 있고,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는 남편의 취미 활동에 함께 참여하여 가족을 가르치는 우위에 서게 하는 것도 좋겠다.

유머러스한 스토리 텔러 가족 치료 전문가 밀란학파는 정신분열증 환자와 그들의 가족을 연구하면서 부정적인 감정 아래서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관찰했다. 대신 이들이 반응하는 유일한 방법이 유머라는 것을 알아냈다. 상담 대상을 웃게 만드는 방식인데, 사람은 웃을 수 있을 때 자신의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되기 때문. 변덕이 죽 끓듯 하는 남편이라면 이 방법을 적용한다. 여성은 타고난 스토리 텔러이다. 직설적으로 말하지 말고 이야기와 은유를 합쳐 남편을 설득하도록 한다. 여기에 유머 감각까지 가미한다면 모든 남자는 여자 손에 좌지우지 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