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의장국'에서 굶어죽은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8일 하루 내내, '최고은'이라는 이름이 온라인 공간에서 화제가 됐다.
뛰어난 실력과 열정을 지닌 시나리오 작가였던 그가 죽기 직전에 남긴 글은,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주세요" 였다.
그는 지병이 있었지만 치료할 엄두조차 못 냈다. 세계 최고의 전자업체, 세계를 주름잡는 자동차ㆍ조선ㆍ철강업체가 즐비한 2011년 한국, 지난해 G20 의장국이었던 바로 그곳에서 벌어진 일이다.
통상적인 분류대로라면,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를 나온 고(故) 최고은 씨는 문화계 엘리트에 속한다. 나이는 고작 32살.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작가였다.
이런 그가 겪은 비극은, 젊은 사람이나 고학력자도 막다른 골목에 내몰리면 아무런 안전망 없이 방치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나이 든 사람, 또는 저학력자만을 대상으로 삼는 복지는 한계가 있다는 것.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삼는 '보편적 복지'가 절실한 이유다.
보편적 복지를 나라망하는 것인양 맹 비난하는 오세훈과 MB는 G20 개최해서 국격이 올랐다는 사기치는 홍보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할것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를 나와 단편 <격정 소나타>의 작가 겸 감독을 맡아 호평을 받기도 했던 최고은 작가가 지난 1월29 경기도 안양의 한 월세 집에서 지병과 생활고에 32세란 나이로 요절을 했다.
이루마, 배우 김여진, 엄지원, 작가 공지영, 시골의사 박경철, 안철수 교수 등 많은 유명인들의 추모와 슬픈 소감들이 속속히 올라오고 네티즌들의 어이없는 현 사회 실태에 대한 원망과 질타가 애도의 물결과 함께 이어지고 있다.
티켓에 포함되어 있는 문화진흥후원금은 다 어디로 갔느냐, 이런 비극의 원인은 우리사회에 있다...등 많은 비판들이 쏟아지고 있으며 나도 또한 분개하고 있다.
이번 일은 부단 영화계에 대한 정책 문제만이 아닐 듯 하다. 순수음악을 전공한 나는 최고은 작가의 사정과 상황이 전적으로 와닿고, 현재의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문화 예술을 공부하고 어릴적부터 꿈을 위해 노력한 많은 전공자나 종사자들에게 엄청난 비보로 전해지는지 느껴진다.
일단 돈, 부자 나라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시대적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에서 우리나라가 진정한 문화 경제적 선진국에 대한 개념의 정리를 하지 않고 경제발전과 빌딩 쌓기나 보여주기 결과물에 급급한다면 또다른 최고은 작가가 음악, 미술, 연극, 문학, 무용... 등에서 나올 수 밖에 없음을 간과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오랜 시간 부모님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레슨비를 들이고 학과공부와 작곡 전공, 실기들를 병행하기 위해 코피를 흘리고 실신도 하고, 애를 쓴 것이 나를 비롯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거쳤던가. 그런데 해외 유학까지 어려운 경쟁을 뚫은 몇몇 소수의 예술인이나 교수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예술 분야 전공자들이나 전업 종사자들이 타협을 하여 다른 직종으로 돌아가거나 근근히 작은 아르바이트로 연명을 하며 앞날을 늘 걱정하는 상황이 명문대를 나온 경우라도 비일비재하고, 그 옛날에도 못미치는 싼 레슨비를 강요받기 일수인 현실에 답답할 뿐이다.
사회적 양극화가 물론 예술 분야에서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타고난 재능과 남다른 예술적 능력을 국영수 잘해서 인문대와 MBA를 나와 대기업의 큰 부를 좌지우지 하는 것에 만 분의 일도 대우를 안 해주는 현재의 우리사회의 모습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부당하고 장기적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문화가, 예술인이 하대받는 사회는 그리 길게 번영할 수 없다. 단편적 예로 유럽의 높은 수준의 문화 예술 선진국의 경우 모차르트, 베토벤을 찾아가는 관광객에 의한 수입만 봐도 그렇고, 복지국가 필란드는 대학까지 무상교육으로 국민 전체가 고등 인재로 키워지고 원하는 직업을 선택해서 의사나 음악인이나 같은 대우를 받고 같은 생활수준을 영위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매번 들을 때마다 많은 고민이 몰리기도 한다. 그리고 예술 특히 순수음악이 뿌리깊은 나라는 범죄율도 최하라 한다.
이야기가 밑도 끝도 없이 장황해졌다. 굶어죽은 작가에 대한 보도를 보고 북받쳐서 잠시 흥분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 사건을 알고 이해하고 느끼고 경각심을 가져 개선에 대한 의지를 키우기를 바라는 맘에 이리 길어진 것이니 이해하기를...
마지막으로 최고은 작가의 명복을 빈다...
○ by rea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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