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止止)
夫所謂止止者, 能知其所止而止者也. 非其所止而止, 其止也非止止也.
부소위지지자, 능지기소지이지자야. 비기소지이지, 기지야비지지야.
-이규보(李奎報, 1168-1241), 〈지지헌기(止止軒記)〉
대저 이른바 지지(止止)라는 것은 능히 멈춰야 할 곳을 알아 멈추는 것을 말한다.
멈춰야 할 곳이 아닌데도 멈추게 되면 그 멈춤은 멈출 곳에 멈춘 것이 아니다.
자료출처 鄭 珉 한문학
이규보가 자신의 거처 이름을 지지헌이라고 짓고,
거기에 붙인 ‘지지(止止)’의 변이다. 약간의 말 장난도 섞여 있다.
《주역》의 간괘(艮卦) 초일(初一)에서
“그칠 곳에 그치니 속이 밝아 허물이 없다.
(止于止, 內明無咎)”라 한데서 따왔다.
지지란 그칠 데 그치고 멈출 데 멈추는 것이다.
사람의 일은 모두 그침을 알지 못하는데서 생긴다.
한번만 더하고 그만 두겠다,
이 갑만 피우고 끊겠다는 맹세는 헛된 다짐이 되기 일쑤다.
그쳐야 할 때 그친다는 말은 그칠 수 있을 때 그친다는 말이다.
나중엔 그치고 싶어도 그칠 수가 없다.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을 때다.
또 그쳐서는 안될 곳에 그쳐서도 안된다. 설 자리 앉을 자리를 가려야 한다.
있어서는 안될 자리에 주저물러 있으면, 솎아져서 뽑히고 만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
내가 꼭 있어야 할 곳에 머무는 것이 지지(止止)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것을 알기가 참 어렵다.
서 있는 자리에서는 그 판단이 잘 서질 않기 때문이다.
지금 내 자리는 제 자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