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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를 젊음의 축복인 양 받아들이는 것은 젊은이들의 오만이다. 그들이 나누는 섹스라고 해봐야 고작 삽입 후 20분 이내에 끝나는 근육질 섹스일 뿐이지만, 섹스에 눈을 뜬 중년의 섹스는 적어도 1시간짜리 장편영화다. 그것도 ‘죽을 것 같은’ 오르가슴까지 동반하면서 말이다.
성공적인 섹스의 필요충분조건은 뭐니뭐니 해도 여성이 오르가슴을 느꼈는지 여부다. 그런데 오르가슴 소리만 들어도 귀를 막는 사람들이 있다. 강박이 생겼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세계’라고 포기하며 사는 것이다. 오르가슴은 피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아주 극소수만 제외하고, 이 세상에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할 사람은 없다는 게 대부분 성의학 전문가들의 주장이고 보면, 방법을 찾지 않았거나 못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잘만 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건강과 부부관계까지 좋아지는 비책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제대로 된 오르가슴에 이르는 과정을 한번 연구해보자는 이야기다. 오르가슴을 제대로 알아야 결론부터 말해서, 제대로 된 오르가슴은 중년은 돼야 느낄 수 있다. 사실이 이런데도 우리의 중년은 ‘한창 때’ 방식만 고집하다가, 예전보다 못한 정력을 한탄하며 섹스의 세계에서 은퇴를 선언하고 있다.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방법이 틀렸어”이다. 남편들은 대부분 ‘새로운 체위와 새로운 자극’을 만들어내는 게 시들해진 섹스를 극복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건 일시적 방편일 뿐, 해결책은 될 수 없다. 사람의 머리가 마르지 않는 샘도 아니고, 어떻게 매번 새로운 방법을 추구할 수 있겠는가. 정말 열심히 한다고 해도 1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다. 더군다나 ‘새로워야 한다’라는 생각이 심화되면 강박이 돼서 자연스러움에서 오는 ‘이외의 기쁨’은 영영 느낄 수가 없다. 사실 오르가슴은 ‘이외의 기쁨’에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인데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엇보다도, 오르가슴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게 필요하다.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우리는 과연 오르가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혹시 ‘섹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쾌락의 정점’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지는 않은가. 물론 이것도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르가슴에 대한 이해로는 많이 부족하다. 남성의 오르가슴은 일반적으로 ‘사정’과 동시에 오는 것이니 논의에서 제외하겠다. 그 다음이 G스팟 오르가슴. 피스톤 운동을 통해서 도달할 수 있는 오르가슴이다. 남자의 성기가 질 내 자궁 입구 위쪽에 존재하는 G스팟을 자극해 ‘배설하고 싶거나 실제로 배설하는’ 단계를 일컫는다. 하지만 G스팟은 여성마다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오르가슴이라기보다는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아주 가끔씩이지만, 섹스를 하다 보면 피스톤 운동을 하는 남성의 성기가 여자 몸속에서 솟아나온 무언가에 걸리기 시작할 때가 있다. 솟아나온 게 바로 G스팟이다. 그게 솟아나왔다는 것은 여성이 오르가슴에 거의 임박했다는 뜻이고, 그 분위기가 계속되면 여자가 실제로 ‘액체를 배설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다. 아내가 입이나 손으로 해주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어느 날은 아예 작정하고 삽입은 피한 채 섹스를 했습니다. 그곳을 입술과 혀로 충분할 만큼 애무해준 다음에 중지를 질 안에 삽입했는데, 그 안쪽에 마치 뻣뻣한 손가락 같은 게 느껴지는 게 아니겠습니까. 꼭 몸 안에 감춰진 손가락이 질을 뚫고 나올 것처럼 뻣뻣했어요. 많이 놀랐죠. 하지만 아내가 더 놀랄까봐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혹시 그것 때문에 임신이 안 되는 것 아냐?’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 잠자리에서는 그게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안심하고 지나쳤는데, 그게 G스팟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좋아할 일을 걱정한 셈이죠. -31세 결혼 1년차 남편, 서울 역삼동
오르가슴의 결정체라는 ‘질 오르가슴’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쾌락’을 얻겠다는 생각으로 섹스를 시작한다. 기분 좋으라고 하는 게 섹스 아니냐? 라고 물으면 할 말이 없지만, 한 대상과 수십 년 지속해야 하는 부부간 섹스에서 계속 쾌락만 추구하는 건 한계가 있지 않을까? 더군다나 교감신경(집중, 긴장, 위험, 결단, 의지, 근육, 사지말단 등)에 의지한 섹스는 시간이 갈수록 무뎌지기 마련이다. 세월이 흐르면 연륜이 쌓이듯이 부교감신경(이완, 안정, 명상, 성기관, 소화기관 등)을 활용하는 섹스법을 찾아내는 게 자연스런 변화다. 이완을 통해 오르가슴에 도달했다면, ‘질 오르가슴’일 가능성이 높다. 추상적인 말 같지만, 질 오르가슴에 도달하는 최선의 방법은 ‘소통’이다. 질 오르가슴에 도달하려고 소통하는 방법을 찾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이야기고, 소통하다 보면 그런 섹스가 가능해진다. 실제로 거의 모든 성의학자들이 섹스를 상대와 소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실 섹스가 ‘사랑의 다른 표현’이지, ‘쾌락의 도구’는 아니지 않은가. 우리 사회는 이상하리만치 섹스를 바라보는 시각이 부정적이다. 사랑하는 성인 남녀가 섹스를 하면서도,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도 섹스를 음성적인 것으로 바라보는 분위기 속에서 자란 탓이다. 안마시술소나 퇴폐이발소같이 삐뚤어진 성문화가 발달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섹스를 마치 마약 복용처럼 쾌락을 얻기 위한 행동으로만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부부 사이에는 건강한 섹스가 필요하고, 이를 통해서만 여성 오르가슴의 절정으로 알려진 질 오르가슴에 도달할 수 있다. 건강한 섹스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섹스가 중요한 소통의 도구로 존재하는 것이다. 이게 가능하려면, 부부가 서로를 이해하고 ‘나를 사랑하는 존재’라는 믿음이 바탕에 깔려야 한다. 그런데 살기 바쁜 중년의 부부들에게는 마음을 나누는 대화를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일주일에 두 번씩 잠자리를 가져라’라고 물리적인 지시를 이행하는 것보다 몇 배는 더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대화도 잘 하지 않는데 상대를 이해하고 사랑한다는 느낌까지 줘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 없이 질 오르가슴에 도달하기란 불가능하다. 결국, 부부 사이의 이상적인 섹스란 다양한 체위나 분위기 좋은 장소를 찾는 식의 일차원적인 노력이 아니라 질 높은 노력을 기울여야 가능한 일이다. 남성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질 오르가슴에 이르기 위해서는 여성의 노력이 훨씬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여성은 섹스에 대해 정말 무식하고 노력도 하지 않습니다. 좋은 섹스를 위해 준비한다는 게 고작 샤워를 하고 야한 속옷을 입는 것뿐입니다. 체위를 바꾸는 과정에 아주 소극적이죠. 남성이 하라는 대로 합니다. 이런 식으로는 결코 질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합니다. 물론 다양한 체위를 공부하라는 것도 잠자리를 주도적으로 이끌라는 말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섹스가 부부관계를 향상시키는 데 굉장히 좋은 거라 생각하고, 리듬에 맞춰서 ‘그렇지, 그렇지, 이렇게, 좋아’ 이런 기분으로 섹스를 대할 줄 알아야 합니다. - 42세 결혼 13년차 주부, 서울 신도림동
질 오르가슴에 이르는 실전 훈련법 두 번째 단계는 ‘서로의 몸을 이해하는 것’이다. 소통이 되기 시작했으니, 상대의 몸을 사랑하는 단계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부부 사이의 섹스가 소원해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상대방에 대해 ‘이미 다 알고 있어’라고 미리 단정하는 것이다. 섹스에서 가장 무서운 게 고정관념이고, 믿지 말아야 하는 게 사람의 감각이다. ‘와이프는 둔감하고, 나는 사정이 빨라’ 이런 생각에 갇혀 있으면, 섹스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생각과 감각의 문을 열어놓아야 또 다른 세상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섹스에 영원한 약자는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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