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췌장 등 난치암은 대부분 말기 발견
초기발견율 ‘간’ 58% → 63%, ‘위’ 51% → 60%
방광 - 신장암 소변검사로 알기 쉬워 빨리 발견
2003∼2007년 암 확진 9만여명 病期 분석
최근 40대 후반의 남성 A 씨는 병원을 찾았다. 평소 소화불량을 호소하던 A 씨는 위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위 내시경 검사를 받고 2, 3개월 동안 약물을 복용했다.
그러나 체중은 점점 줄었고 몸은 더욱 약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 후 대형 병원을 찾은 A 씨는 이미 췌장암이 말기까지 진행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현재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하다.
A 씨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어떤 암은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생존율을 높이는 최선의 방법은 암을 최초로 발견하는 시기인 ‘병기(病期)’를 당기는 것이다.
이번 조사는 ‘시어 요약 병기’ 방식으로 데이터베이스화가 구축된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의 2003∼2007년 21종류의 암 확진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대상이 된 암은 간암, 갑상샘암, 골수암, 난소암, 뇌암, 담낭암, 대장암, 방광암, 뼈·관절·연골암, 소장암, 식도암, 신장암, 위암, 유방암, 림프샘(임파선)암, 자궁경부암, 전립샘암, 직장암, 췌장암, 폐암, 후두암 등 21개이다.
▽초기 암 발견 늘어난다=‘시어 요약 병기’ 방식은 암의 병기를 초기(0, 1기), 초·중기(2, 3기), 중기(4기), 말기(5∼8기), 불명확(9기) 등으로 분류한다.
분석 결과 2003∼2007년 5년 평균을 냈을 때 46.9%가 초기에 암을 발견했다. 초기 발견 확률은 최근으로 올수록 높아졌다.
2003년 초기 발견 비율은 21개의 암을 평균 냈을 때 45.0%였다. 그러나 5년 사이에 이 비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해 49.6%까지 뛰었다.
▽건강검진이 초기 발견 일등공신=특히 한국인이 많이 걸리는 5대 암의 경우 초기 발견 비율이 증가했다. 암에 대한 두려움이 5대 암의 건강검진을 늘렸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2003∼2007년 이들 암의 초기 발견 비율을 보면 간암은 5.5%포인트(57.9→63.4%), 위암은 8.5%포인트(51.0→59.5%), 폐암은 4.9%포인트(26.5→31.4%), 자궁경부암은 13.7%포인트(72.6→86.3%), 유방암은 1.9%포인트(61.6→63.5%) 늘어났다.
방광암과 신장암도 대표적인 초기 발견 암으로 꼽혔다. 방광암과 신장암의 경우 소변검사가 병원에서 일상화된 것이 초기 발견을 쉽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홍준혁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오줌에 피가 섞여 나와도 대부분 큰 문제는 없지만 두려움 때문에 정밀검사를 받으면서 암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뇌암의 조기 발견률이 높은 데 대해서는 비관적인 해석이 많다.
김정훈 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암은 초기에 발견해도 3년 생존율이 8%에 불과할 만큼 급속히 진행되기 때문에 초기 발견 비율이 높다는 것이 사실 큰 의미가 없다”며 “뇌암의 진행을 늦추는 기술 개발에 더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췌장암 65% - 폐암 52% 중기 지날 때까지 몰라
초기발견 어려운 ‘공포의 암’
▽생존율 낮은 암은 초기 발견 적어=말기에 이르러서야 뒤늦게 발견하는 대표적인 암은 골수암이었다. 골수암은 전체 환자의 97.4%가 말기에 발견됐다. 골수암은 원래 전신에 퍼지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며, 완치율이 떨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국내 3대 암에 속하며 중기 이후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30%대로 떨어지는 폐암 역시 45.7%가 말기에 발견됐다. 중기까지 합칠 경우 폐암으로 첫 확진을 받은 환자의 절반이 넘는 52.2%가 암이 중기까지 진행되도록 모르고 있었던 셈이다.
5년 생존율이 20%에 못 미치며 모든 암에서 가장 생존율이 낮은 췌장암의 경우 48.4%가 말기에 발견됐다. 중기까지 합하면 65.1%가 치명적인 암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몰랐으며 초기에 췌장암을 발견한 경우는 8.9%로, 모든 암 중에서 가장 낮았다.
박세훈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난소암, 폐암, 췌장암 등은 초기 증상이 없고 아직까지 효과적인 검사 방법이 없기 때문에 초기 발견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종균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췌장암은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알 수 있는데 건강검진에 포함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발견이 어렵다”고 말했다.
▽국가 차원에서 관리 필요=이번 분석 대상은 국내 전체 암 환자의 20%를 약간 웃도는 수치인 것으로 추정된다.
보건복지가족부 산하 국립암센터는 2003∼2005년 신규 암 환자로 등록된 약 20만 명의 환자에 대해 ‘시어 요약 병기’ 방식으로 데이터를 정리하고 있다.
국립암센터 관계자는 “현재 70% 정도의 자료를 취합했으며 9월경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담배 아직도 피우나요?
■ 암과 담 쌓으려면
주5회-하루30분 운동
40세이상 정기검진을
암 극복전략은 크게 세 가지다. 건강한 사람들이라면 암 예방을 위한 건강생활수칙을 지키고, 암 발생 위험군인 경우에는 건강검진으로 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암이 이미 생긴 사람은 의료진을 믿고 치료에 전념하는 것이 그것이다.
▽담배를 끊어라=흡연은 폐암, 위암, 방광암, 식도암, 구강인두암, 후두암, 췌장암, 신장암의 원인이며 흡연자 본인은 물론 주위의 모든 사람에게 암 위험도를 증가시킨다.
▽다양하게 골고루 먹어라=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고, 기름기가 많은 고기나 햄 등의 가공육류는 적게 먹는다. 쇠고기나 돼지고기보다는 생선, 닭고기를 먹고 튀기기보다 굽는 방법이 좋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라=주 5일 이상, 30분 이상 중등도 활동을 한다. 중등도 활동이란 걷기, 자전거타기, 스케이트타기, 요가, 골프, 배드민턴, 복식테니스 등을 말한다. 원래 운동을 거의 하지 않던 사람은 주 5일 이상 중등도 운동을 하루에 30분하고, 원래 운동을 하던 사람은 45분까지 늘려 보도록 한다.
▽체중을 관리하라=건강한 체중이란 체질량지수(BMI·체중을 신장의 제곱으로 나눈 것)가 18.5∼24.9를 말한다. 25.0∼29.9인 경우 과체중, 30.0 이상인 경우 비만이다. 비만은 만병의 원인이 된다.
▽조기·정기 검진하라=40대 이상이거나 암에 걸린 가족이 있는 사람은 암 건강검진 계획을 세워야 한다. 국내 암 관련학회는 위암 조기검진은 40세 이상은 2년마다 위내시경검사 또는 위장조영촬영술을, 간암의 경우 B형과 C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는 6개월마다 간초음파 검사와 혈청 암표지자 검사를 시행할 것을 추천한다. (김현지 기자)
<출처: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