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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세요, 손을 잡으세요”

by 푸른들2 2022. 7. 25.

<당신께 보내는 편지>

휴가철입니다. 가족과 함께 산수 좋은 여행지에 가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픈 계절입니다. 암환자들은 가족과 충분한 시간을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에 여행이 더 간절해질 겁니다. 오늘은 함께, 여행을 떠나볼까요?

관광보다 휴식에 초점을
여행이라고 해서 꼭 돈을 많이 들여 먼 곳에 갈 필요는 없습니다. 가까운 교외, 시골, 지방의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가서 1박2일, 2박3일만 지내는 것도 참 좋은 여행입니다. 요즘은 국내 여행지에도 얼마나 많은 편의 시설이 갖춰져 있는지 모릅니다. 다만, 보호자는 암환자의 특수성을 고려해 미리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알아두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면 잘 걷지 못 하는 환자를 위해 휠체어가 준비돼 있는지, 계단을 대신할 경사로나 엘리베이터가 있는지 등을 미리 조사하세요. 물 흐르듯 여행함으로 해서 환자가 기다리거나 지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병욱 박사의 작품, <백두산에 봄이오다> 53.0X65.1cm Acrylic on Canvas, 2020

‘명승지마다 돌아다니며 빠짐없이 인증샷을 찍는 사람은 한국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외국 사람들은 여행을 가면 리조트나 호텔에서 편히 쉬면서 책을 보는 등 단순하게 여행하는 편입니다. 암환자의 여행도 이처럼 단순한 여행이 돼야 합니다. 많이 보는 것도 좋지만, 돌아다니는 것이 힘들 수 있습니다. 무리한 스케줄을 잡기보다 암환자에게 꼭 알맞은 여행을 택하길 바랍니다. 여행이 피로를 더하게 하는 게 아니라 재충전하는 시간이 돼야 합니다. 몸이 더 좋아지면 또 다른 여행지를 갈 수 있습니다. 단번에 다 하려는 욕심을 버리세요. 당신은 분명 좋아져서 내년에는 더 멋진 여행을 할 것입니다.

의미 있는 여행이 되려면
여행을 떠났다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듣고, 함께 식사하고, 걷고, 밤하늘을 보고, 풀 냄새를 맡고, 들길을 걷고, 손을 잡으세요. 사진도 많이 찍어서 액자나 앨범을 만들어두면 좋습니다. 나중에 사진을 함께 보면서 암을 꼭 이겨내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가족이 함께 여행하는 것은 추억을 만드는 시간, 힐링하는 시간, 기분전환의 시간, 회복의 시간, 서운했던 가족 간에 감사와 기쁨을 다지는 시간을 만들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평소에 낯간지러워서 하지 못 했던 말을 용기 내 해보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겁니다. “당신이 옆에 있어서 행복해요.” “그동안 상처를 줘서 미안해요.” “엄마 힘내세요.”

그런 의미에서, 여행가기 전 준비하면 좋을 것이 있습니다. 바로 손 편지입니다. 지금까지 가족에게 받은 것에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을 편지에 담고, 가능하다면 노래도 한 곡쯤 준비해보세요. 보호자가 환자를 위해 격려와 응원의 편지를 준비해도 좋습니다. 편지에는 서운한 점이나 아쉬운 점 대신 감사와 사랑을 강조한 마음을 담는 게 훨씬 도움이 됩니다. 여행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편지와 노래를 선물한다면 가족 사이에 은혜와 감동이 넘칠 것입니다.

체력 안 된다면 ‘간접’ 여행을
몸이 불편해서, 항암치료 중이라라서, 방사선 때문에 힘들어서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환자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럴 때는 무조건 여행을 포기하지 말고, 마음으로라도 여행을 떠나보길 권합니다. 사진이나 여행 서적을 통해 여행을 떠나면 10~30%는 여행의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히려 더 속속들이 여행하고 탐방하는 간접 경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몸이 좋아졌을 때 가고 싶은 여행지 목록도 만들어보세요. “그렇게 오고 싶었는데, 결국 직접 왔구나”하는 감격스러운 경험을 하게 될 겁니다.